내 동생은 영어박사 (10회)
내 동생은 영어박사 (10회)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9.17 00:00
  • 호수 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이 정 아 

“난 오히려 우리가 걱정인데. 북한 말이 너무 어려워서.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아이스크림은 얼음보숭이라고 하고 썬글라스는 먹물안경이라고 한대요. 너무 촌스럽고 우스워.”
“뭐가? 나름대로 재미가 있네. 뭐?”

엄마는 어제 지혜네 집에서 있었던 일로 영어를 포기하신 게 분명합니다.
“우리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동하가 쓰는 영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면서 걸을까?”
“좋아요.”
“마트는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음, 그냥 가게라고 하죠.”
“그럼 아파트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여러 집 어때요?”
“여러 집? 그건 좀 그렇다. 모둠 집은 어때?”
“하아, 그것도 재미있네요.”

우린 시장에서 오징어 두 마리와 옥수수, 그리고 동하가 좋아하는 자두와 새우를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 엄만 요리 책을 펴놓고 새로운 요리를 우리에게 선보인다며 그동안 동하를 잘 보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동하야, 목욕탕 들어가면 안돼. 알았지?”
자꾸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서 변기 물을 내리려고 하는 녀석에게 나는 사정하듯 말했습니다.
“아이씨.”
그때 동하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뭐? 뭐라고?”

녀석은 못 들었는지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길 시도하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야! 동하! 안돼!”
“아이씨”

분명 잘못 들은 말은 아니었습니다.
녀석은 욕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 엄마! 동하 좀 보세요. 욕해요!”
“뭐어?”
엄마가 손에 밀가루를 묻힌 채 쫓아왔습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