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월명산’ 뭉칠 수밖에 없다
‘개미’와 ‘월명산’ 뭉칠 수밖에 없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12.03 00:00
  • 호수 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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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 묘에서 바이러스 왔다”
수박농가 피해 10억 추산, 손해배상 시위
▲ <사진/공금란 기자> 수박피해 진상12월 1일 군청마당이 아수라장이 됐다. 마산면 수박재배 바이러스피해 농민들이 군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피해농민은 “지난달 27일 바이러스 육묘를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산의 플러그육묘장 항의 집회 후, 육묘장 측에서 법적 대응 뜻을 보이고 있다”며 “군이 이런 상황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의 뜻을 전하고 적극 대응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고 설명했다.수박바이러스피해대책위원회(대표 김득철)에 따르면 수박바이러스피해는 성장과정에서는 증후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속이 썩기 시작해 겉으로 보기에는 확인이 불가능 하다. 때문에 이를 모르고 출하했다가 농민들이 낭패를 보았다는 것이다.이 같은 현상은 봄재배 시에도 몇몇 농가에서 나타나 피해를 냈지만 가을재배에서는 전체적으로 피해가 나타났다. 피해 수박농가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종묘의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농업기술센타에 원인 규명을 의뢰했다.이 결과에 대해 농업기술센타 담당자는“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최국선 박사 팀이 조사를 벌인 결과 종자에는 이무런 이상이 없으며 육묘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농민들은 육묘를 제공받은 부여군 홍산면 소재 플러그 육묘장(대표 이윤경) 측해 피해보상을 요구했다.농민들은 한 동당 100만원씩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육묘장 측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한 작기의 육묘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27일 2시부터 3시간 동안 원칙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한편 육묘장을 폐쇄하라며 시위를 벌였다.또 2, 7장인 홍산 장날에 지속적으로 집회를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마산과 수박마산면에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본격 적으로 수박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20년 역사를 맞고 있다. 현재는 48농가가 5만6천여평의 하우스에서 매년 20억 내외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물량으로는 인근 부여군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탄탄한 기술력과 재배조건이 좋아 상인들 사이에는 이미 상품수박으로 명성이 알려져 있다. 마산의 수박농민들은 ‘월명산 작목반’과 ‘개미 작목반’ 두 개의 작목반에 소속돼 있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해 왔다. 하우스 수박재배 기술의 축적으로 딸기, 오이, 메론 등의 작물도 재배되고 있어 원예분야 특작은 군내 최고 상황이다.때문에 최근 농업 최후의 보루라던 쌀마저 수입개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산 농민들은 타 지역에 비해 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하우스수박재배는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주민 전체적으로 근면한 분위기를 이끌어 왔다. ▲ <사진/공금란 기자>
투쟁현장에 뛰어 들다

11월27일 서천군 마산면 수박재배 70여 농민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부여군 홍산면으로 향했다.

홍산면과 마산면은 군은 달라도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다. 때문에 평소 마산주민들은 홍산의 5일장을 찾기도 하며 많은 왕래가 있었다. 부여군 홍산면은 일찍부터 딸기재배 등 시설원예가 도입돼 이 부분에서는 선진지이다. 때문에 마산면에서 시설재배를 막 시작하던 80년대 한산장이나 서천장에서 구할 수 없는 농자재들을 홍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은 왕래를 해온 터이다.

27일 마산 농민들이 홍산을 찾은 것은 장이나 보자는 한가한 이유가 아니었다. 애써 가꿔온 수박이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 감염 증후가 나타나기 시작해 엄청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한번 피해는 감수하겠지만, 20년 동안 쌓아온 마산수박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며 울분을 토한다. 이 같은 증상은 봄 작황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가을 작황에서 48농가, 280동 5만6천평 포장에서 고루 더 많은 바이러스감염 피해가 발생했다.

20년 동안 수박농사를 지었다는 한 아주머니는 “밭떼기를 해도 200평 한 동당 300백만원 내외를 받을 수 있던 것을 아름아름 팔아서 고작 20만원 내외를 손에 쥐었다”며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인건비는 커녕 묘 값도 못 건진 결과를 낳았다는 말이다.

20년 쌓아온 명성으로 해마다 20억원 내외의 매출고를 올려온 마산의 수박농가들로서는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다. 그동안 쌓아온 상인들과 소비자에게 주었던 신뢰의 상실과 자칫 토양에 전이가 됐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피해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득철 씨는 그저 일만 해온 사람으로 농업과 관련된 투쟁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들 부부역시 20년 가까이 수박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수박농사에 관한 한 박사 못지않다.

이처럼 다수의 수박재배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농사의 특수성 때문에 그저 일만 해온 사람들로 대개 김득철 씨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농민들이 피켓을 들고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육묘장을 폐쇄하라”고 목청을 높이며 시위집회를 가진 것이다.

   
▲ <사진/공금란 기자>
부여 경찰들의 오만불손

풍물패, 커다란 나팔모양의 확성기까지 갖춘 수박바이러스피해대책위 소속 농민들이 이른 시간부터 모여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싸움터에 나가려면 우선은 먹을거리를 챙겨야 하는 법인지라 수박바이러스피해 농민들은 집회당일 오전 10시부터 준비를 갖추고 모여 있었다. 시위대 속에는 마산에서 오래 동안 특수작물을 재배해 오고 있는 서천군 의회 이상만 부의장도 있었다.

막상 고개 넘어 타 군으로 집회를 떠나려는 마당에 마땅히 마이크를 잡고 집회를 이끌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급기야 농민운동 경력이 있는 기자에게 마이크를 잡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농사일만 하던 사람들이라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초 문제의 육묘장과 지방도를 사이에 둔 논자리에 집회신고를 했지만 교통사고 위험과 교통흐름의 방해 야기로 육묘장 내 넓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부여군 경찰들은 육묘장 측의 요구가 없는대도 불구하고 시위대 진입을 저지했다.

농민들 격려차 왔다가 이 광경을 지켜본 서천군의회 오세국 의장은 “서천과 부여는 이웃이며 이웃 농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고 정당한 요구를 하러왔으며 특별히 과열시위를 벌일 소지도 없는 농민들이다”며 “이런 이웃 농민들의 집회장소를 논바닥으로 내주고 추운날씨에 논바닥으로 내모는 것을 보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여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군의회 의장이면 별것이냐” “시위를 말려야지 부채질 한다”는 등의 언행으로 항의했다. 또 한 형사는 오 의장의 팔을 잡아끌고 “나랑 얘기 좀 합시다”며 한 단체의 군의장에 대해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참가 농민들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며 “경찰이 육묘장 측이 요구하지 않은 부분까지 나서서 육묘장을 과잉보호하며 서천주민 대표인 군의장에게 무례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이 집회에는 오세국 의장을 비롯해 이수복 군농민회장, 홍관표 경영인연합회장, 임학재 마산면장, 오영환 동서천농협 조합장도 참석해 피해농민들의 투쟁을 격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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