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단협, 무엇을 담아야 하나
농단협, 무엇을 담아야 하나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1.14 00:00
  • 호수 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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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연말 군내 농업관련 단체들과 관계기관들이 모여 ‘서천군농업관련단체협의회(이하 농단협)’를 출범시켰다.
식량수입개방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세계자본의 요구에 대해 농업군인 서천군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역농업의 활로를 함께 찾고자 만들어진 협의체이지만, 각 참여주체들의 입장과 견해차가 커 회의의 운영과 실효성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지역농업발전이라는 과제는 농업주체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전제돼야만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서천군농업관련단체협의회’라는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다고 본다. 어렵게 자리를 마련한 군이나 농업관련단체 모두 서천군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으리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쌀 종합대책기구 구성에 관해

지난해 12월 30일 정부협상대표단은 관세화 10년 유예 조건에 의무수입물량(TRQ) 8%확대, 수입쌀 30%시판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쌀협상결과를 담은 이행계획서(C/S)를 WTO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절대다수 농민단체들은 협상무효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76명의 여야의원들은 협상안의 국회비준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두 거대 정당은 협상안과 이런 주장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는 상태여서 이들만의 목소리로는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미 쌀협상 결과에 따른 쌀값하락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자 대구·경북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연말 쌀협상 타결 뒤 도내 산지 쌀값이 평균 5% 정도 떨어졌고 연중 소비량이 많은 시기임에도 판매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북도내 농협미곡종합처리장의 말을 인용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천막농성 당시 서천군농민회가 제안한 쌀 전담반 구성에 대해서 나 군수는 “쌀 전담반 문제는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다”며 즉답을 회피한 바 있다. 생산자인 농민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 대해 대안이나 고민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오직 농민들만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지난 UR협상이나 한·칠레 협상과정과 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위기에 직면해서야 사태해결에 급급해왔던 공직사회 무감각한 관성 때문이며, 둘째는 쌀 문제 해결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차원에서 해결될 일이지 지역에서는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일정부분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군은 농업군들과의 협력, 연대를 강조하는 말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이제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러나 지역차원의 할 일은 많다. 우선 서천쌀 유통에 관한 기초자료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소한 지역에서만큼은 서천쌀을 소비시킬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지역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많다. 급식조례를 제정하는 일도 그중 하나이다. 이제껏 군은 도 조례제정 이후로 이 문제를 미뤄왔었다. 그러나 충남도 급식조례안이 제정된 이상 군은 조례제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지역 구성원들의 협조와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또 쌀 한 가지를 놓고서도 관과 농협, 생산자들이 각기 다른 이해와 요구를 가지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쌀 종합대책기구 구성은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농단협 내에서 쌀 종합대책기구를 따로 구성하자는 것에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농단협은 대강의 총론들을 합의해내고 쌀 생산·유통문제만을 특화시켜 협의해 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 일 수 있다.

이것이 전제돼야 전라도 쌀이 서천쌀로 둔갑하는 서천쌀 유통의 난맥상을 극복할 수 있으며, 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품질쌀의 브랜드화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

농업정책 수립에 주민참여는 필수

현재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나 시장동향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이 사업은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고 일반화 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은 올해에도 서천쌀 브랜드 제정 등의 사업에 예산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화양면 등 일부지역의 일이고 나머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농민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따라서 군 일반농민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각종 시범사업을 통한 사업 전개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군 관계자들의 말도 일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업방법은 특혜논란, 편중지원, 전시성 사업 논란 등의 부작용을 필연코 파생시키며 현재에도 농민들은 이것에 대해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쌀 브랜드 정비사업도 대표쌀 브랜드 제정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이제껏 수많은 지원사업과 쌀 유통업자들에 의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어 진 다양한 쌀 브랜드는 난잡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서천쌀 브랜드의 정리는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단협에서 서천군 농업정책 일반에 관한 집중적인 토론과 의견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농업 구성원들 간의 이견조정을 통한 지역농업발전토대 구축이 농단협 구성의 취지라면 더욱 긴요한 사안이다. 행정기관이 정책을 입안할 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원 강신겸 박사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 박사는 ‘농촌의 위기와 농촌개발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글에서 “정부주도의 획일적이고 설계주의적인 농촌개발방식으로는 급변하는 개방과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농촌개발 사업의 집행과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역량 개발이 요구된다”며 농업정책수립에 농민들의 참여가 필수요소 임을 지적한 바 있다. <장성신문기사참조>

농단협 운영에 대해

지난번 농단협 첫 번째 회의에서는 단 한마디도 발언하지 않았던 참여주체들이 여럿 있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참가하는 각 참여주체들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회의를 주도한 군에서 농단협 운영에 대한 대안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행사를 치루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지적이 중론이었다.

자리나 채우는 식의 협의회 구성은 무의미하다는 지적과 다를 바 없다. 협의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각 단체들이 아무런 고민이나 대안도 없이 대화에 나선 다는 것은 큰 문제이며 농단협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들뿐이다.

이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효과적인 논의를 위해 안건 등을 미리 통보해 각 참여주체들이 대안을 준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

둘째, 농단협이 최소한의  집행력을 갖출 수 있는 실무기구 구성이 긴요 하다. 이 문제는 군에다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셋째, 각 군내 농관련단체들을 총망라하는 식의 농단협 구성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유관기관일 뿐이지 군 농업발전에 대한 의지나 고민의 정도가 타 구성원들에 비해 너무 상이하다면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넷째, 농단협에서 결의된 내용들에 대해 각 단체별로 이행여부를 점검할 검증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농단협의 구성 단체들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한 일상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농업·농민문제의 직접 이해당사자들인 농민단체가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족의 먹을거리인 쌀과 농업을 희생시켜 핸드폰 몇 대 더 파는 식의 정책의지를 갖고 있는 중앙정부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지역차원의 현명한 대처로 쌀 수입개방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현실적인 요구이다. 군과 농업관련단체, 소비자, 일반 사회단체 등이 합심해서 서천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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