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
“위엔화 절상 논란이 올 세계경제 화두”
새벽을 여는 강연
“위엔화 절상 논란이 올 세계경제 화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1.14 00:00
  • 호수 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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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경제부총리
인간개발연구원 - 뉴스서천 공동기획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384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황장엽에서 박노해에 이르기까지, 강사진의 사상적 스펙트럼도 광범하고 다양합니다.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가 강연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한편 중간에 약간의 양념(?)을 쳐서 내어놓는 '새벽을 여는 강연'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조순 전 경제부총리 <사진제공/인간개발연구원>
"전반적 호황이라는 2004년 세계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중국 경제의 '부상(浮上)'과 미국 경제의 '침체(沈滯)'를 예고하는 미묘한 징후와 그 변화의 흐름에 주목하라."

지난 1월 6일 인간개발연구원 신년하례를 겸한 특별강연에서 조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세계 경제의 환경 변화'와 관련해 내린 진단을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던 쌍두마차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결국 실속을 챙긴 것은 중국이 아니냐는 말이다.

조 전 부총리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 데다 8∼10%를 유지하던 저축률마저 0.2% 수준으로 급락한 것을 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는 징후의 사례로 들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의 부상을 예고하는 징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국의 경제성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본과 사람과 기업이 갈수록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약 4백50개의 세계 최대 기업들이 빠짐없이 중국에 들어와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해외직접투자 규모에서는 이미 2003년부터 미국을 추월한 상황이다. 둘째, 중앙정부에서 과잉투자를 억제하자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의 균형화가 이뤄졌다.

경제성장의 공간이 해안선에서 호남성과 강서성 등 내륙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셋째, 호주의 철강과 남미의 광산물 등 1차 상품을 중국이 구매하면서 세계 경제가 회생하는 효과를 낳았다. 한국과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그나마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중국 덕분이다."

협력과 상생을 도모해야 할 수많은 우군(友軍)을 확보하면서 성취한 경제성장이기에 하루아침에 붕괴될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분석인 셈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지 않던가.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위엔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할 것이고, 그것이 2005년 세계 경제의 핫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일본 엔화 절상을 핵심으로 한 환율조정)를 전례로 들면서 결국 올 하반기쯤에 위엔화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선 매우 소폭으로 절상한다고 해도 세계 경제에는 재앙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다수 기업도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1985년의 일본과 2005년의 중국이 전혀 다르다.

20년 전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승복한 뒤 '잃어버린 10년'을 감수해야 했던 일본에 비해 현재의 중국은 너무 강하다. 따라서 환율조정 압력을 행사하려는 미국과 이에 저항하려는 중국이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물론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비극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이날 조 전 부총리가 청중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으리라. 실제로 그는 모세와 아론의 출애굽기를 연상케 하는 '40년 주기론'을 꺼내놓았다.

"공교롭게도 아시아와 조선은 고종이 왕위에 오른 1864년 갑자년부터 40년마다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실제로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합병시켰다. 다시 40년이 흐른 후 일본은 패전국이 됐고, 조선은 해방을 맞았다. 그리고 다시 40년 후 한국은 민주화를 겪은 경제대국이 되었다.

현재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이거니와, 지금부터 앞으로 20년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에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외부적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제대로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생존전략은 당위와 구호만으로 수립될 수 없는 법이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부총리는 "수출은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릴 것이 확실시되지만 문제의 핵심은 내수(內需)와 고용(雇用)에 있다"고 진단한 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진흥시키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중소기업을 진흥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던 대통령은 한 사람도 없었다. 라서 중소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유망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에 인재와 기술이 투입되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이노베이션(혁신)도 필수조건임은 물론이다. 동시에 정부와 공공 서비스 부문의 혁신도 요구되는데,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 4공 군사독재 시절의 타성에 머물러 있는 사고방식도 바꿔야 한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거니와,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드골, 싱가포르의 이콴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가 그 실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리더를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의 책임이다."

<정지환 /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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