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산, 참혹한 잿더미 위에 꽃은 피고
몇m지, 왜 천방산이지…내 나무 한그루 키워볼까??
몇m지, 왜 천방산이지…내 나무 한그루 키워볼까??
우리나라 산하를 산경표(山經表, 영조 때에 신경준이 편찬한 지리서,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도표로 정리한 책)에 의하면 장백정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13동맥으로 나눈다. 천방산은 태백산맥에서 속리산, 여기서 뻗어 나온 한남정맥의 금북정맥으로 볼 수 있겠다. (예산군의 천방산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라가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끌어들인 당나라의 소정방이 풍랑으로 기벌포에 상륙하지 못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고승의 조언대로 하룻밤 사이 천개의 방으로 된 사찰을 지었다는데서 ‘천방산’이란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4월 서천의 밤을 깨운 천방산 화재사건이 있은 지도 5년이 지났다. 피해면적을 49ha 14만7천 평으로 추산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해가 갈수록 피해면적은 그 이상이다. 화재 당시는 푸르렀던 나무들도 화상으로 인해 점점 죽어 갔기 때문이다.
2005년 3월29일과 30일 아침, 출근길에 천방산에 올랐다. 문산면 신농리 마을을 가르는 계곡을 따라 나있는 임도로 중턱까지 차가 닿고 천방산에 오르는 계단식 등산로가 잘 정비 돼 있다.
이쪽은 문산면 북산리와 접한 지역과 달리 산불피해가 적은 곳이다.
이 길을 갈 때는 발길을 조심해서 옮겨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맨 먼저 등산로 돌계단 틈에 분홍색 노루귀꽃 한 송이가 보인다. 임금에게 나가 듯 허리를 굽히니 낙엽사이, 돌 틈에 노루귀꽃이 깔려 있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 모두 있었다.
산에 오르기는 편하지만 등산로로 인해 많이 훼손돼 아쉬웠다.
조림의 흔적이 그나마 보이는 곳은 판교면 등고리, 흥림지로 흐르는 능선이다.
사람의 손으로 줄맞춰 심은 키 작은 잣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외에 임도를 따라 복자기 단풍, 철쭉, 산벗나무들이 수만 그루 심겨졌지만 예전의 푸른 숲 찾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정상에서 바라본 천방산은 여기저기 타다 남은 나무들이 기둥처럼 서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
그 밑에서 뿌리를 보존했던 진달래며 개암나무들이 꽃망울을 짓고 있으니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내고장 명산 천방산, 서천에서 제일의 산이 상처 입은 지 벌써 5년인데 아직도 산불이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산불로 잃어버린 숲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년 세월이 걸린다는 말이 맞겠다.
2002년에는 인근 주민들의 헌수운동이다 뭐다 관심이 높았다. 문산면에서는 지난해부터 정월초하룻날 ‘천방산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숲을 찾기 위한 모습은 미흡하기만 하다.
올 식목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내년 식목일에는 온 군민이 천방산에 나무 한그루 씩 심어 봄이 어떨까.
저마다 천방산에 '내 나무, 한그루 가꾸는 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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