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지역구 일정 고작 3건 ?
한달 동안 지역구 일정 고작 3건 ?
  • 김봉수 기자
  • 승인 2005.04.15 00:00
  • 호수 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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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
지난 4일 류근찬 의원실에 3월 한달 동안의 지역구 일정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었다.

서천과 보령 두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류 의원이 평상시 보령에 비해 서천 지역에 잘 들르지 않아서 서천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과연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담당 비서로부터 기자가 건네받은 류 의원의 3월 한달간 지역구 일정은 달랑 3개 뿐이었다.

A4 용지도 아니고 조그마한 쪽지에 인쇄돼 있던 지역구 일정엔 류 의원이 3월 20일 보령축구리그 개막전(대천), 22일 차류종친회(서천), 30일 별정우체국장 간담회(대천) 등에 참석했다고 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게 말이 될까? 인구 6만의 서천, 11만의 보령 두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한달 동안 지역구를 겨우 세 번 방문했다는 것은 “나 다음 번에 국회의원 안 하겠소”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당해서 “이게 전부냐”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보좌진은 “3월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5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며 “개인적인 일정은 공개할 수 없고, 그걸 다 빼고 공식적인 일정만 보면 그것밖에 안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보좌진은 “지역구 일정을 전부 다 공개하면 민원이 빗발쳐서 곤란하다. 왜 거기는 가고 우리한테는 안 왔냐는 항의가 들어 오면 할 말이 없다”며 애로점을 호소했다.

이러한 점에는 이해가 안 가는 바 아니다. 또 국회의원의 일정이라는 게 미리 정해진 대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 교통사정 등에 의해 변동되기 다반사라 따로 일정표를 매일 기록해 놓지 않는 한 어떤 일정을 수행하고 왔는지 국회의원 본인도 헷갈린다는 점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일정이 “개인적인 것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류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미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인’의 신분으로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면, 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민 사랑’이 보령지역에 치우쳐 있다는 서천 주민들의 소외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인구 6만과 11만이라는 ‘표밭 크기’의 차이점을 의식한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을 잘 되게 해주자고 마음 먹어도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안 되게 하자고 독하게 마음 먹으면 거의 100% 성공하는 게 세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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