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
“벤처는 실패를 먹고 자라는 나무”
새벽을 여는 강연
“벤처는 실패를 먹고 자라는 나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4.15 00:00
  • 호수 2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정-벤처기업협회 회장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396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조현정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기업가 정신이 이루어낸 벤처 생태계’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우리 지역 주민들의 교양 쌓기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벤처 1호’

 

   

조현정 벤처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CEO)의 이름 앞에 항상 붙어 다니는 별명이거니와,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조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시절인 1984년에 달랑 4백50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2명의 직원과 함께 호텔 객실을 빌려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해 12월호 ‘리쿠르트’는 이 당돌한 대학생 사장을 소개하면서 ‘벤처기업’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벤처기업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년도 훨씬 지난 1996년부터였다.


“나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벤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같은 분이야말로, 아니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광개토대왕처럼 광활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위인이야말로 진정한 벤처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벤처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선택과 집중, IT기술을 통한 자원봉사, 사회환원으로서의 엘리트 양성, 네트워크를 통한 리더십 창출 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원리를 조금씩 터득할 수 있었다.”

호텔 객실에서 직원들과 먹고 자며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조 회장은 조금씩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원리를 깨닫기 시작했고, 10여 년이 흐른 뒤 그의 삶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1998년 제야 보신각 타종의 일원으로 선발, 김대중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사 방문, MBC 성공시대 11회 주인공으로 등장, 40대의 명예박사학위 취득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저절로 주어진 성공의 열매는 아니었다.

“우리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병원과 의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OCS(효율적인 처방전 관리 프로그램), PACS(X레이 필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 EMR(차트를 쓰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 원격진료 프로그램 등을 끊임없이 개발해낼 수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성화봉송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IT기술을 통한 자원봉사’를 실천했다. 봉송 주자의 사진과 음성과 지도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최초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선보이자 KBS와 NHK 등 국내외 언론이 대대적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등 국내외 언론이 조현정 회장의 행보를 특별하게 주목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사회환원으로서의 엘리트 양성’이다.

비트컴퓨터는 1990년 8월에 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고강도와 고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3천9백20명의 IT 엘리트가 배출됐다. 2000년 8월에 열린 졸업생 모임에는 그 중에서 약 1천4백명이 참석해 ‘충성도 높은 동문이 명문을 만든다’는 속설을 입증시켜 주기도 했다고 한다.

“졸업생이 직접 IT회사를 창업한 사례도 확인된 것만 64건에 이른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리더십 창출’이 서서히 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전체가 좋아야 부분도 좋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의 결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회사 운영 시간을 뺏길 수도 있는 벤처기업협회 대표 일을 맡아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모토를 내걸고 ‘비트 프로젝트’를 발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여기에는 세계 최초의 작품과 제품은 물론이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사례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2010년까지 3만개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3백억 달러 규모의 수출과 2백만개 일자리 창출을 이뤄냄으로써 국내 총생산의 10%를 책임지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은 ‘벤처 생태계’라는 말을 즐겨 쓴다.

비전-열정-네트워크-신뢰-독창성-시장대응성-윤리성이 그가 생각하는 벤처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데, 그러한 구성 요소들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생태계가 튼튼하게 구축될 때 한국이 21세기 지식강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모험, 실패, 개척정신은 벤처의 본질이거니와, 벤처는 실패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IT, 특허, R&D, 스포츠 등 ‘개방형’ 업종에서 한국 수준이 세계 15위 이내에 진입해 있는 반면 법률, 행정, 의료, 금융, 교육 등 ‘폐쇄형’ 업종에선 세계 25위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지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