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1>
서천군어민회 편
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1>
서천군어민회 편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4.15 00:00
  • 호수 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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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어민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수협민주화 투쟁이 계기

서천군어민회는 어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어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진 자주적 단체이다. 출발부터 그랬다. 서천군어민회는 서천군수협 어민이자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내 손으로 직접 선출하겠다는 직선제 쟁취 투쟁에서 결성됐다는 것이 어민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촉발된 노동자, 농민 등 이 땅 기층 민중들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폭발적인 양상을 보인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졌던 군사정권 밑에서 최소한의 민주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왔던 기층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된 셈이었다.

이 시기 대한민국 사회단체·조직들은 정부가 효과적으로 통제 가능한 조직들만 만들어지고 운영됐던 시기였다. 수많은 관변단체들이 만들어졌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반면 정부 정책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성향을 띈 사회단체들은 조직의 생존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민주화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기층 민중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정치적 요구들을 올바로 담아낼 수 있는 자주적인 조직 건설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한편 어용노조, 농협, 수협 등의 민주화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요구는 민주노조건설, 농협·수협 조합장 직선제 관철을 위한 투쟁으로 표출됐다. 이런 사회·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서천군어민회의 탄생도 가능했던 것이다.

“17년간 서천수협을 떡 주무르듯 해왔던 전 조합장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음에도 막상 행동에 나섰을 때는 어렵기만 했지요. 그러나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어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대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기어이 조합장 선거를 하게 됐지요” 서천군어민회 이우봉 현 회장은 어민회 창립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들려줬다.

2001년 봄, 당시 서천군 어민들은 수협조합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금강하구둑 건설로 장항항의 명성은 옛 이름일 뿐이고 어민들의 삶은 기본적인 생존마저 어렵게 된 상황인데도 대다수 조합원들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소수 대의원들의 투표만으로 선출된 간선 조합장은 이런 조합원들의 일반적인 처지와는 무관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17년간 서천수협을 오로지 해왔던 전 조합장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분노는 당연할 수밖에 없었고 서천어민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깨달아 어민회 결성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천어민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소형저인망연합회’의 연합집회 등을 통해 어민들은 자신들의 결집된 힘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자주적인 조직을 결성해 내기까지 이른 것이다.

어민조직의 복잡성

어민들을 모아내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는 것이 어민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는 단순히 어업에 조사하는 사람들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어민들을 통칭하기엔 어렵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일반적으로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는 사람들 외에도 김 양식 등 수산업종사자로 분류되는 사람들까지 큰 범주의 어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맨손어업부터 끌이, 후리 등에 이르기까지 어민들의 삶은 실로 복잡다양하다.

따라서 이들의 이해와 요구 또한 다기다양 할 수밖에 없다. 형태만 다를 뿐 모두 바다라는 삶의 터전에 기대어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각개약진식의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서천군어민회의 고민 또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동안 서천군어민회에 대해 “단체의 조직 구성이나 인적 구성에서 장항을 중심으로 한 특정지역에 국한됐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민회 이우봉 회장은 “내 바다, 네 바다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 환경오염과 어족자원 고갈로 어로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는 현 상황에서는 공동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

더구나 서천은 잘못된 해상경계로 인해 앞바다가 없는 실정이다”라는 말로 어려움을 대신 표현했다. 이를 위해 서천군어민회는 올해 이우봉 회장 취임과 함께 정관을 수정 김 양식 종사 등도 회원 가입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서천, 서면 등 양 수협 별로 나뉘어져 때로는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어민들의 연대를 위해서도 가능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어민회 서천군 공동체의 일원

그간 어민회를 비롯한 서천군 어민들은 조업시기, 조업단속, 불합리한 각종 수산업법의 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를 시기별로 표시해 왔다. 거기에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요구라는 주장과 함께 덧 붙여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너무 매몰된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었다.

여기에 그간 서천군어민회에 대해 ‘볼 장 다 본 서천군 어업 현실에서 감안해 볼 때 보상이나 몇 푼 더 얻으려고 모여 있는 단체 아닌가’라는 일반 군민들의 오해가 늘 따랐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서천군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을 풀어 놓고 고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날이 쇠퇴일로에 있는 서천군 어업의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이를 과감히 시민사회에 먼저 문제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새로 선임된 이우봉 회장과 신임 집행부가 이 문제를 자각 시민·사회단체와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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