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2>
푸른서천21추진협의회 편
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2>
푸른서천21추진협의회 편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4.22 00:00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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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라”

   
92년 리우 UN환경개발회의

주민들에게 ‘푸른서천21추진협의회(공동회장 나홍렬, 푸른서천21)’라는 단체이름은 아직도 생소하기만 하다. 푸른서천21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 주민은 “개발위원회 같은 것 아니냐”며 대답했다.

조금 더 관심 있는 주민들은 ‘관에서 해야 할 환경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기관’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주민들은 푸른서천21에 대해 지역유지들의 모임인 개발위원회나 관변단체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푸른서천21에 대한 주민들의 이런 인식들은 이 단체의 활동상황이나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그들의 필요에 따라 주민의 참여나 의사가 전혀 배제된 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던 관변단체와는 이 단체 설립의 역사적 배경이나 근거는 너무나 판이하다.

푸른서천21의 설립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UN환경회의(UNCED) 결과인 ‘의제21(Agenda21)’에 기원한다.

‘개발을 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전 지구적인 범위로 진행되자 환경문제와 이의 해결을 위한 환경운동은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됐다. 과거 냉전시대 이념의 대립에 의한 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는 전 인류에게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리우환경회의 개최의 주목적 또한 여기에 있었다.

회의에서는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이념의 확립과 함께 각국별 실천계획을 권고하는 ‘의제21’의 채택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환경문제를 지구적 시각으로 보되 구체적 실천은 지역단위에서 이뤄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였다.

더불어 유엔은 “지역의 환경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행동계획을 세워 실천한다”는 취지의 ‘지방의제21(Local Agenda21)’을 채택했다. 이 같은 유엔의 권고는 전 세계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지방정부·의회는 물론 기업·시민단체·주민·전문가 등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지역 환경보전을 위한 필요한 의제를 도출하고 이를 실천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서천군에서도 ‘푸른서천21’이라는 지방의제를 수립하고 2003년 7월에는 계획의 구체적 추진을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푸른서천21추진협의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게 됐다.

시민단체 새로운 파트너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가장 큰 의미는 “지역에서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의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세계 각국과 지방정부는 NGO(비정부기구)를 이 과제 해결의 파트너로 함께 가야 한다고 천명했다”는 데 있다.

이는 냉전과 권위주의로 대표되는 일방적인 정책입안·집행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NGO단체로 대표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9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시민운동’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통칭 NGO기구들이 다수 만들어지면서 ‘주민참여’라는 과제는 민주발전의 절대적 가치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주민참여 민주주의의 경험이 오랜 선진국의 시민운동 수준이나 민주적 의식은 분명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이 주도하는 지역의 정치정서, 지역 시민사회 성숙도 등을 고려한다면 ‘지방의제21’이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푸른서천21은 서천군 조례에 근거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운영비·사업비 등을 보조 받고 있다. 이는 환경보존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강력한 의제설정기능과 함께 구체적 실천을 위한 법률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 자체는 별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제도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한다.

민간 역할·민주성 높여야

푸른서천21의 설립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서천환경운동연합 등 일부단체의 참여도 있었지만 이런 한계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참가한 단체 또한 ‘선거운동용 조직’이라는 시비와 함께 ‘시민운동이 요구하는 자발적인 주민참여와는 거리가 좀 있는 단체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즉 ‘지방의제21’의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주민들에게는 이 단체가 군 환경보호과가 주도하고 공무원, 관에서 선임한 학자, 기존의 단체 대표 등을 모아 놓은 또 하나의 관변단체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NGO단체와 정부기구의 협력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경험으로 볼 때 모범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민주화가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관과 시민운동사회는 사안마다 이해와 요구를 달리해 왔다. 그간 시민운동사회는 정부 정책과정의 입안·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그 변화가 시민운동사회의 눈높이에 비해 너무 더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민운동의 제도권 진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방의제21’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민·관 협력은 분명 새로운 과제를 이 사회에 던져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간단체가 주도해 사무국 구성을 주도하고 사업을 공모제로 운영해 온 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는 의미가 있다.

이 단체의 사례는 ‘지방의제21’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매우 드문 모범사례였다고도 한다.
현재 서천군은 ‘장항산단’ 개발로 대표되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라는 논란이 때로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리우환경회의가 던져준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이념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구성원간의 민주적 합의가 중요시 되는 시민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 푸른서천21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줄 것을 군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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