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
“사용자는 노동자 전체 상대해야”
새벽을 여는 강연
“사용자는 노동자 전체 상대해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6.03 00:00
  • 호수 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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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노동부 차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노사행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병석 노동부 차관. 그는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노동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한 이후 27년 동안 한 우물만 팠다. 고용대책과장, 고용정책과장, 근로기준과장, 광주지방노동청장, 고용총괄심의관, 근로기준국장, 노정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으로 이어져온 수많은 직위는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경륜을 설명해주는 훈장인 셈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최근의 노사문제는 너무나 곤혹스러운 연구 대상이라고 한다. “업무상 우리는 경영진과 근로자를 동시에 만나야 하는데, 그때마다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며 이율배반의 반응을 보인다. 우선 경영진이나 사용자들은 한국의 노동조합이 지나치게 전투적인 강성인데도 현행 노동법이 과도하게 친노동자적이라 비판한다.

반면에 노조나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이 세계 최악의 노동운동 탄압국이며 현행 노동법도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에도 우리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서 한국이 노동운동 탄압국이 아니라는 것을 구구절절하게 설득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동시에 토해내는 불만의 틈바구니에서 느끼는 이율배반의 곤혹스러움. 더욱이 노사분규의 양상이 갈수록 복잡화·현대화되면서 노사문제가 노동부의 전유물이던 시대도 종말을 고하고 있다. 예컨대 철도·지하철·덤프트럭·레미콘 분야와 병원·의료원·보건단체 분야 등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하며 건설교통부와 보건복지부도 노사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게 됐다.

각 부처의 산하기관이 거의 총망라돼 있는 공기업 노조와 공무원 노조는 또 어떤가.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현안은 비정규 노동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기준에 따라 통계청이 조사해 보니 비정규 노동자가 5백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더욱이 그 수치가 매년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만 해도 전체 노동자의 37%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인데, 노동계에서는 실제로 8백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공익위원의 제안과 1년여에 이르는 정부 부처간 협의를 거쳐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답답하게도 노사 양측의 불평만 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난마처럼 얽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병석 차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차별’이 모든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 판매원,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 고용인을 과연 근로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혼란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비정규 노동자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노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자세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심각한 분규가 발생한 사업장을 가보면 하나 같이 사용자의 안이한 대응도 사태를 꼬이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철저한 노동법 검토와 협상 테크닉 마련에 몰두하는 ‘프로페셔널 노조’와 제대로 대비하고 투자하지 못하는 ‘아마츄어 사용자’가 부딪칠 때 성숙한 노사관계는 정립되지 못하고 후진적인 파행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힘들고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사용자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 간부만 만날 것이 아니라 조합원과 근로자 전체를 상대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부 사용자 눈에는 지나치게 유연한 노동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참여정부하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군사독재조차 전혀 손을 대지 못했던 ‘노동귀족 부패청산’이 진행되고 있는 역설적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 차관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도 노사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면서 “능력있는 경영자라면 그러한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지 말고 좀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 6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 주제,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6월 2일: 격변하는 중동정세와 이스라엘의 미래-이스라엘의 역사를 중심으로(우지 마노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6월 9일: 국가정책 과제로서의 부패문제(정성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6월 16일: 동북아 허브로서의 인천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박호군 인천대학교 총장) △6월 23일: 나의 검사시절 회고와 일본사회의 미래(홋타 스토무 사와야카 복지재단 이사장) △6월 30일: 기타 치는 CEO가 말하는 변화혁신과 비전경영(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전화문의 02-2203-3500)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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