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중계석]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가시밭길’
[공청회 중계석]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가시밭길’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6.24 00:00
  • 호수 2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로는 전적 동의, 속으론 생각 달라

   
▲ 20일 국회 기자실에서 민주 노동당 이영순의원과 열린우리당 임종인의원,정청래의원 등이 과거사법 개정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진석 기자>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청구소송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가 가능해지는 특별법 제정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최연희)는 지난 17일 오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특별법 제정 자체에는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동시에 ‘특별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헌법 개정 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


실제로 이날 공청회에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를 위한 헌법개정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특별법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나 전략에 따라 의원과 진술인과의 이심전심에 기반한 공조(?)가 다양하게 연출되기도 했다.

“진술인이 헌법재판관의 입장에 선다면 특별법을 위헌이라고 볼 것인가, 합헌이라고 볼 것인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이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백유 한성대 교수에게 던진 질문이다. 주 의원은 이 질문을 던진 뒤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특별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 여론상 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헌법 개정 전제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특별법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 교수는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없다”는 정답(?)으로 화답했다.


이에 대해 여당 역시 우회 전략으로 대응했다. 한나라당이 쟁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위헌 논란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특별법의 구체적 각론에 대한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어떤 세력이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전법을 구사한 것이다.


실제로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위헌 논란에 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특별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재산환수와 적용시기의 범위를 1930년대까지 확장시키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참고로 현 법안에는 재산환수 적용시기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등 ‘매국행위’를 한 1910년까지로만 규정돼 있다. 따라서 재산환수 적용시기를 1930년대로 확장시킬 경우 이 당시의 친일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이와 관련 진술인으로 나온 백동현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재산환수 적용시기 범위 확장 문제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될 때도 크게 논란이 됐던 쟁점”이라고 화답했다.


이러한 신경전은 친일재산의 국고환수 절차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계속됐다.

우선 청문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은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위원회가 친일재산을 직접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위원회가 법원에 재산 환수를 요청해서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의 성격을 둘러싼 법리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한나라당의 주성영, 장윤석 의원이 선봉에 섰다.


주 의원은 “법원의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대다수 진술인의 입장”이라며 위원회의 법적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장 의원도 “위원회는 결정하고 처분하는 기관이 아니라 조사하고 확인하는 기관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변에서 진술인으로 나온 장완익 변호사는 전혀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일단 위원회가 직접 조사와 환수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법 제정 취지에 맞다”면서 “더욱이 이후에 잘못이 있을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천수 성균관대 교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위원회의 권한을 둘러싼 법적 효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면서 “차라리 법학자, 역사학자 등이 참여하는 가칭 ‘친일재산환수를 위한 헌법개정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장성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