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동체를 향한 달고개 사람들의 꿈
농촌공동체를 향한 달고개 사람들의 꿈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6.24 00:00
  • 호수 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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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모시마을 농촌문화체험 큰잔치’
농촌마을 가꾸기 새로운 전형 기대

   
▲ <사진/이후근 기자>
화양면 월산리(이장 양대규), 달고개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화양면 홈페이지 우리 마을 유래를 찾아보면 옛 한산군 동하면(東下面) 지역으로 달고개 월령(月嶺)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마을이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월산리로 바뀌었으며 남원양씨(南原梁氏) 70여호가 집성촌을 이루는 지역이라는 마을 유래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고개 밑에 있는 마을 정도 되는데 실제 찾아가 본 이 마을은 높은 고개는 찾아 볼 수 없었고 그저 동글동글하게 생긴 산이랄 것도 없는 언덕 밑에 마을이 형성된 서천남부지역의 전형적인 마을 생김을 갖추고 있었다.


이 마을에 지난 20일 큰 행사가 있었다. ‘서천모시마을 농촌문화체험 큰잔치’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맞춰 입은 자주색 조끼 때문에 마을사람과 방문객을 쉽게 구분 할 수 있었다. 또 그 조끼에 새겨진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퍽이나 정겹다. 행사장인 배밭에는 60여호 100여명의 마을거주 주민들이 거의 다 행사장에 나온 듯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날 달고개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서천성당, 대전 괴정동 성당 교인들이었다. 특히 대전지역 주민들과는 생협 활동을 통해 전에도 교류가 있었다는 주민들의 설명이 있었다. 또 행사광고를 보고 직접 찾아 온 주민들도 있었다.


방문객들은 배 봉지 씌우기, 모시 짜기 시연, 한과 만들기, 양송이 채취 등 달고개 마을 주민들의 일상이기도 한 체험프로그램을 순서대로 체험 했다.


이날 행사는 마을주민들로 이뤄진 ‘서천모시마을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것이다. 추진위원은 모두 8명이며 마을이장, 부녀회장 등 일꾼들이 모두 망라돼 있는 셈이다. 행사를 마련한 추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은 양만규(73세)씨다.


양만규씨는 지금은 고인이 된 고 양주석씨와 함께 서천군 농민운동의 산증인이자 상징적 존재이다. 초대 서천군농민회장과 전농충남도연맹의장, 가톨릭농민회장을 지낸 이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자신 또한 천직인 농사꾼으로서 이웃인 농민형제들과 함께 농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며 농민운동을 해오면서 오랜 꿈으로 간직했던 것이 농촌공동체였다고 한다. 농민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 또한 드물다. 이번 행사가 양 위원장의 오랜 꿈의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시도였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전해 들으며 그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 행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충북 괴산군 흙살림 마을, 홍성군 문당리 마을 등 생태마을 을 가꾸고 있는 공동체를 스스로 찾아 배웠다. 이 과정에서 마을의 귀중한 자원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한산모시다. 이 마을에는 한산모시와 관련된 최고의 기능인들이 10여명이 넘게 생존 · 활동하고 있다.


자신들도 모르고 있었던 귀중한 자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곳 모시는 한산장에서도 최고로 치는 상품(上品)이었다고 한다. 행사이름에 서천모시마을이 들어가게 된 연유이다.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원래 이 지역이 옛 한산군 지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닐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기까지는 또 한사람의 숨은 조력자가 있다.

서천군농업기술센타의 김인구 과장이다. 김 과장은 마을 주민들의 준비정도, 의욕을 높이 평가, 도와주는 과정에서 이 마을의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 수 있었고 이를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었던 것. 어찌됐든 이 마을은 모시라는 서천지역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이름을 얻게 됐다.


달고개 마을에서의 이날 행사는 농촌마을 가꾸기의 성공요인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민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참여의식, 지도자들의 헌신에 행정기관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조력이 합쳐진다면 바람직한 새로운 농촌마을 만들기의 전형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또 그것이 한 농민운동가의 오랜 꿈인 농촌공동체를 이루려는 노력에 다름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가져 보았다. 월산리 주민들이 공동체 정신이 숨 쉬는 마을을 가꾸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 모두 기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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