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농업의 푸른 씨앗
서천농업의 푸른 씨앗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8.19 00:00
  • 호수 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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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28>
서천군 4-H연합회 편

   
농촌 청소년들의 희망이었던 시절

네잎 달린 녹색 클로버는 4-H를 나타내는 표상이자 농촌출신들에게는 친숙한 이미지이다. 그 시절 4-H회원으로 활동했던 사람이라면 4-H의 뜻이 머리(HEAD) 마음(HEART) 손(HANDS) 건강(HEALTH)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 네 개를 말한다는 것과 우리말로 각각 지(智) 덕(德) 노(努) 체(體)로 표현된다는 것쯤은 세월이 지나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4-H 회원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있으며 4-H 이념은 농촌청소년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어왔다.


19세기말 미국에서 태동했다는 4-H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에 의해 세계로 전파됐다. 전승국인 미국은 정부의 지원과 주둔국 정부의 협조 아래, 미국에서 시발된 4-H운동을 주둔국의 농촌재건과 청소년운동의 일환으로 보급 또는 확산시켜나갔다. 미국이 점령군으로 주둔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947년 경기도에서 구락부가 처음 시작된 것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협조아래 운동이 급속히 확산돼 갔다.


마을 입구마다 4-H 상징물이 세워졌고 4-H 깃발 아래 청소년들이 모여들었고 선배 4-H회원은 농촌 젊은이들의 희망이었다. 4-H회원들은 새로운 돼지 품종을 도입 앞장서 보급하고 지역별 과제를 정하여 선진농법을 배워 정착시키는가 하면 퇴비증산을 펼치는 등 농업소득 향상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른 아침 마을안길 청소에서부터 꽃길조성은 물론 수해복구, 한해대책 등에 발벗고 나서서 고향사랑 정신을 키우고 매년 여름에는 밤을 지새우는 야영훈련을 통해 호연지기와 회원간의 우정를 나누며 수많은 추억을 엮어 냈다.


크게 영농4-H회와 학생4-H회로 나누어지는 서천군4-H연합회는 영농4-H회원 32명에 학생4-H회원 341명이며 회장 조성환(종천면 종천리)씨가 단체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4-H 전성기 시절 1만여명에 육박하던 때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회원들은 안타까워했다.



농촌운동으로 재도약 기대
지덕노체의 이념과 ‘좋은 것을 더욱 좋게’라는 의지로 성장해온 4-H운동은 농촌청소년을 통한 농촌계몽과 부흥운동으로 꽃피워져 농업과 농촌 발전의 근간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 단체 출신 한 농업인으로부터 일을 해보려 해도 사람이 없어 못하겠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회원은 학생4-H회원이 얼마간 있지만 실제 영농현장에 종사하는 영농4-H회원은 30여명에 그쳐 4-H운동 자체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4-H 회원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획기적인 육성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서천4-H는 이대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부분 청소년층의 뚜렷한 영농기피 현상과 함께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서 농어촌지역 청소년들조차 4-H 활동에 무관심인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농과제 이수 등 본연의 활동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경진대회와 체육대회 등 연례행사에 사업이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회원들은 그동안 서천군 4-H회가 배출한 일꾼들이 지역은 물론 전국 무대 각계에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 선배회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 최근에는 서천군4-H후원회를 중심으로 농촌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원활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농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치고 농업을 담당할 예비 정예 인력을 육성하는데 관심 없는 사람은 없다. 4-H회의 축소를 청소년들의 농촌 기피현상 등 세태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농촌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배려 또한 필수다. 여러 가지 농촌사회 진입장벽을 낮추고 농촌 정착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인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서천군4-H회원들의 4-H운동이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새로운 농촌운동으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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