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바다를 지키고 일구어가는 사람들
장항바다를 지키고 일구어가는 사람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8.26 00:00
  • 호수 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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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29>
장항어민회 편

   
● 어민들의 생존권보호와 연대를 위해


장항어민회(회장 최양렬)는 어민들의 생존권보호와 연대를 위해 만들어진 장항어민들의 자주적인 단체이다.


환경오염과 하구둑 건설로 인한 어장축소·황폐화, 연안 어족자원 고갈로 인한 소득저하 등 나날이 악화돼가는 어업 현실은 어민들 간 연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도출시켰다. 특히 장항어민들에게 닥쳐온 현실은 어민들을 더욱 단결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필요성을 인식한 몇몇 장항어민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장항어민회이다. 장항어민회는 현재 41명의 회원들이 가입,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10톤 미만의 작은 어선으로 새우잡이 등 충남연안을 조업구역으로 하고 있다. 이들 배에는 많아야 3명이 함께 조업에 나서고 있다.


장항어민회는 기본적으로 10톤 미만의 소형어선을 소유한 선주들의 단체이다. 현재 장항어민회에 소속된 어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어선은 모두 합해 40여척, 그러나 상시 조업에 임하고 있는 어선은 20척 정도라고 하니 장항어민들의 어려움을 증명해주고 있는 예이기도 하다.


그리고 회원들이 들려주는 바다에서의 생활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열악함 자체였다. 대형어선들이야 잠자리도 편하고 휴식시설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10톤 미만인 어선에서 일하는 어민들은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조건에서 조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열악한 작업환경도 힘든 노동도 아니다. 새우잡이에 허용된 이들의 조업기간은 5월부터 9월까지 1년 중 고작 6개월이다. 조업기간이 아니면 꼼짝없이 배를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항어민들의 소망 1순위는 연중조업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새우잡이에 한정된 조업허가도 어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회원들의 말로는 그물질에 딸려오는 우럭이며 도다리 등 기타 잡어들도 처리할 수 있게 조업허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회원들은 조업허가 구역도 섹터를 없애고 좀 더 자유로이 어로작업에 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의 이런 요구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설명과 함께. 바로 이런 어민들의 요구를 표출하고 어민들 간 연대를 구하고자 만들어진 단체가 장항어민회이다. 선주들의 이익단체로만 보는 일부의 시각은 오해라는 것이 회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최근 장항어민회는 어민회원들의 실질적인 단결을 위해 실제 조업에 나서고 있지 않는 회원들을 정리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 또 하나의 이름 연안조망협회


장항어민회의 또 다른 이름, 장항연안조망협회이다. 그리고 연안조망협회의 전 이름은 소형기선저인망협회였다. 이런 단체의 명칭변경에는 무엇인가 사연이 있을 듯 싶다.


소형기선저인망, 이제는 사용돼지 않는 말이다. 장항어민회 최양렬 회장도 연안조망업이라 불러 줄 것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소형기선저인망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켜야할 이유가 있었다.


현재 소형기선저인망은 우리 수산업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트롤어법으로 진행되는 이들 어선의 조업은 그물로 바닥을 긁어 치어 등 연안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지난 60년대 수산업법의 골격이 이뤄진 후 이들은 바다의 무법자로 낙인찍히고 바다를 황폐화 시킨다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의 불법조업은 자원보호와 생존권보호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갖는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들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는 우리 수산업의 총체적인 모순을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을 내세우며 조업에 나서 불법조업과 단속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원들은 악화돼 가는 연안어업 현실을 인정해 최대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신들의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때로는 실력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요구였음을 강조했다.


● 어민문제의 폭넓은 해결을 위해


날로 어려워지는 장항어민들의 목소리는 장항어업의 퇴조와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이제는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수협의 부실경영 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쉽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주체적인 힘은 바로 어민들 자신에게 있다. 장항어민회원들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서천수협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책임 있는 대안세력으로서 수협의 개혁을 추동할 수 있도록 좀 더 조직화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선원 등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동료들의 사회·경제적 처지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단순히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인 이익단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마찬가지의 의미로 지역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한다. 어민들의 처지를 뜻있는 군내 시민사회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이의 해결에 시민사회가 나서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한 발 더 다가서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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