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이룩해야 대한민국 살아난다”
“지역균형 이룩해야 대한민국 살아난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9.09 00:00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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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강연
이규방 - 국토연구원 원장

   
오늘은 강연을 듣기 전에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다음에 제시한 숫자들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면적: 11.8% △인구: 48.0% △국가 공공기관: 85% △주요 대학: 65% △벤처기업·연구개발기관: 70% △외국기업: 75% △100대 기업 본사: 91% △정보통신업체: 89% △주요 대기업의 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 80∼85%.


정답은 ‘수도권 집중도 현상’이다. 이규방 국토연구원 원장은 단순한 ‘시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사회 문제’로써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단언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수도권에 인구, 산업, 정치, 경제, 문화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를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중추 기능이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약화시키는 반면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서울에 있다면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도권의 인구가 집중될수록 집적경제(集積經濟)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1982년을 100으로 했을 경우 1985년에는 92, 1990년에는 83, 2000년에는 76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어서 이 원장은 개발지역과 낙후지역의 불균형 실태를 강조했는데, 그것은 지방균형발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 보색(補色) 효과를 노린 듯한 것으로 읽혀졌다.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지방에 가서 살고 있는 지인이 말하길, 직접 가서 보니 말로만 듣던 지방의 낙후성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하더라. 마치 방글라데시에 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여기 앉아 있는 양병무 원장의 고향이 전남 장성인데, 12만명에 이르던 인구가 현재는 3만명 정도로 줄었다.


농촌 마을에서 아기 울음이 끊긴 지는 이미 오래됐고, 동네에서 가장 젊은 60대가 이장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마치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안방, 주방, 서재는 쓰지 않고 거실만 쓰는 것과 같다.


휴식(안방), 음식(주방), 지식(서재)을 재충전하지 않으면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전체 국토 면적의 48.8%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7.4%에 불과한 낙후지역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농산어촌 정주기반의 붕괴라는 국가적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역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전 세계가 기존의 지역발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선 개별 국가 중심에서 경제공동체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집권-단절형 사회도 점차 분권-네트워크형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과 노동 중심의 요소투입형 성장전략보다 감성과 지식 중심의 기술혁신형 성장전략이 갈수록 호소력을 얻고 있다.


과거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에선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의 소규모 인디밴드로선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 작지만 구체적인 혁신을 통한 시너지 창출 없이 우리는 결코 2만 달러 시대로 갈 수 없다.”


그러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된다고 해도 정작 지방의 주체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공공기관 이전만 해도 그렇다. 자체의 지역발전 전략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굴러온 호박’이 아니라 ‘굴러온 바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지역리더는 혁신가(이노베이터)가 돼야 한다. 지역이 안고 있는 현재의 제약 요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현 가능한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실천 수단을 창안하는 개척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지역리더는 조정자(코디네이터)가 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간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리더는 변화의 역군(체인지 에이전트)이 돼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앞으로 9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 주제,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9월 8일: 8·15민족대축전으로 본 통일의 과제와 전망(백낙청 6·15공동위원회 남측준비위원회 상임대표) △9월 15일: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을 품어라(최재선 중국과학기술협회 교육연합대학 교수) △9월 22일: 21세기 브랜드 전략(박항기 메타브랜딩 사장) △9월 29일: 참여정부 사회정책의 현황과 과제-노사문제를 중심으로(이원덕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 (전화문의 02-2203-3500)


<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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