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죽이기 앞장서는 전문가·공무원 집단

｜한글날 기획｜
‘어메니티 서천’ 모르는 이 없지만 뜻은 아직도 깜깜

최근 우리말·글 말살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서천군이 주도적으로 외래어와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로 559돌을 맞는 한글날을 즈음해 한글이름 갖기, 옛지명 찾기 등 우리말 살리기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한글이름 갖기가 활발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최대 발명품은 ‘한글’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또 한글의 과학적인 면모는 휴대전화의 문자에서 ‘l, ㅡ, ·’로 모든 모음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또 외국문화를 호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세대들은 오히려 첨단 문명에 깜찍한 우리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터넷을 ‘누리집’, @를 ‘골뱅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을 ‘엄지족’ 등으로 우리말을 살려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한글학회나 개인들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반대로 기업이나 관공서 등의 외국·외래어 남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서천의 경우 대부분 농·어업, 노인인구가 많아 군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어메니티 서천을 브랜드화 해서 서천의 각종 특산물과 시설에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또 문화복지 콤플렉스 등과 같이 뜻이 분명하지 않은 사업 명칭이나, 전산 전문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사업자체에 앞서 용어 해설과 규명에 오히려 재원을 낭비하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독거노인 층을 위한 긴급전화 제도를 ‘해피 콜’ 천연자원과 전통 농어촌 마을을 소재로 한 관광사업에도 ‘웰빙테마 마을’ ‘갯벌관리 시스템’ 등을 사용하고 있어 사업주체인 주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지난 모시문화제를 알리는 거리의 현수막에도 ‘전통 한산모시’의 느낌과는 거리가 먼 ‘쿨 하게’ 등의 말을 사용, 세계화도 좋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진리는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올 들어 서천군의 각종 문서와 사업에 사용된 외래어 및 외국어의 실태를 제시해 본다.

● Amenity 서천 - 미(美)·감(感)·쾌(快)·청(淸) 서천, 서천을 대표하는 상표이름.

● 군정 비전(vision) - 군 행정의 미래상, 행정의 방향을 ‘어메니티 서천’으로 결정하면서 사용한 말.

● 서천 HOT & NEW - 새소식, 서천군청 누리집 (인터넷 홈페이지)의 새소식 (보도자료) 란을 일컬은 말.

● 군민회관 리노베이션(renovation) - 새단장, 군민회관 등의 시설을 새롭게 고치면서 사용한 말.

● 한산모시클러스터 - 한산모시 사업단지, 한산모시 생산에 관련된 사업 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름을 일컬은 말.

● 마린아트(marine art) - 바다의 예술, 유부도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개껍질 등 바다에서 나오는 것을 이용한 예술을 일컬은 말.

● 가이드 서비스(guide service) - 안내 봉사, 맞춤형 관광 안내 정책을 내놓으면서 사용한 말.

● 복지 네트워크(network)

- 복지 연결망, 읍·면 별로 만든 이웃돕기 연결망 ‘사랑나누리’를 만들면서 사용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