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핵,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10.14 00:00
  • 호수 2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6주년 특별 기획|

‘네모난 병원’ 광고엔 ‘핵’이 없다 예쁜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초록빛 들판에 ‘네모’를 그린다. ‘네모’속에는 ‘중·저준위 발전소 수거물’이란 글자와 함께 장갑과 옷이 나타나고 이것들은 곧 초록빛 자연의 색으로 바뀌면서 사라진다. 이 장면은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만든 TV 광고이다. 1989년부터 추진해온 핵폐기장 부지선정이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계속 무산되자, 정부는 기어코 광고를 만들어 중·저준위 발전소 수거시설을 ‘네모난 병원’이라 말하기 시작한다. 이 광고의 중요한 특징은 그 어디에도 원자력이나 핵, 폐기물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은 없고 막연한 상만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핵이란 무엇인지, 언제 생겨나 인류에게 이토록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는지 자세히 알기란 쉽지 않다. 다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 ‘핵은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 뿐이다. 원자력은 핵분열에서 나오는 힘 <원자구조>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된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 물질의 최소단위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텅 빈 공간으로, 전자는 지구가 태양주변을 돌 듯 끊임없이 원자핵주변을 돈다. 흔히 말하는 ‘핵’은 이 ‘원자핵’을 말하며 ‘원자력’이란 ‘원자핵이 분열되면서 나오는 힘’이다.



원자핵은 중성자나 양성자 같은 핵입자나 방사선의 충돌로 2~3개의 다른 원자핵으로 갈라지는데 이 현상이 바로 ‘핵분열’이고 이런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방사선이 방출된다.


연료로는 우라늄 235(원소번호)가 사용되는데 천연우라늄은 핵분열이 가능한 것이 약 0.7%밖에 되지 않아,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238을 농축하거나 성형가공(우라늄을 5g 무게의 작은 알로 만드는 과정)해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 존재하는 우라늄 광석이 연료로서의 경제성이 떨어져 주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우라늄 235 1g이 완전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탄 3톤, 석유 9드럼 연소 에너지와 같고 이 에너지는 1킬로와트(KW) 전기난로 23,000개를 동시에 켜는 열량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정부는 이에 근거해 막대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세기 전, 핵발전을 꿈꾸다


정부는 1955년 ‘원자력의 비군사적 이용에 관한 한미 간 협력 협정’을 맺고 협정에 따라 1959년 ‘한국원자력원’을 설립, 미국 회사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구입했다. 이 원자로가 1962년 완공되면서 국내 핵과학자들의 연구가 시작됐다.


그 후 1970년대 중엽까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1971년 3월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가 착공되면서 포괄적인 에너지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고리 1호기는 59만 킬로와트 급이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1981년 전까지 60만 킬로와트 급 원자로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돼있다. 실제로 고리 2호기가 77년 3월 65만 킬로와트 용량, 고리 3호기가 79년 4월 95만 킬로와트 용량으로 착공됐다.


1967년 정부는 향후 10년간 전기수요 증가를 연간 22.2% 로 예상, 원자력원을 중요한 전력원으로 취급했고 1989년에는 총 9기(고리 1~4호기, 영광 1·2호기, 울진 1·2호기, 월성 1호기)의 원자로가 가동돼 원자력 발전 용량이 전체 발전 용량의 34%, 원자력 전력생산이 전체 전력생산의 45%를 차지했다.


산업자원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올해 5월 착공에 들어간 신 고리 1,2호기 이외에 2015년까지 100만 킬로와트 급 원자로 2기와 140만 킬로와트 급 4기를 추가건설 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원자력 전력생산은 전체 전력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체르노빌은 계속되고 있다

<체르노빌>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공식 보도된 피해자만 343만명에 이르며 이 중 어린이 피해자가 132만명이나 되는 ‘죽음의 사고’로 전 세계를 경악시켰고, 수십 수백만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갔던 사고이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원전 사고는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백혈병, 암 등으로 고통 받게 하고 있다. 이 사고가 사람들 뇌리 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많은 사상자가 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원전이 있는 나라라면 언제고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고 가능성’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구소련) 키에프시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제4호기 원전은 긴급발전용 터빈을 실험하는 도중 원자로가 녹아내려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됐고 무려 5만㎢에 이르는 토양을 오염시켰다. 사고 발생 후 구소련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5천만 퀴리의 방사능이 방출됐다고 보고했지만 학자들은 공식발표의 3~6배 이상 방출됐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방사능 5천만 퀴리는 2차대전 중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방사능 방출량의 50배에 이르는 양이다. 그러나 국내 원전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고장과 사고가 있었고 원자로 가동중지, 작업자들의 방사능 과잉 피폭, 자연으로의 방사능 누출이 있었다. 반핵아시아포럼에 참가한 이필렬 교수(에너지대안센터)는 “방사능의 확산은 벌거벗은 오관으로 감지되지 않고 오직 과학적 측정을 통해서만 검출되고 일단 방사능이 방출되고 나면 그것을 환경으로부터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그 위험을 부인하는 것만이 책임을 회피하는 유일한 길이 된다”라고 했다. 한편, 인간이 방사선을 쬐면 즉시 중추신경계에 장애가 일어나고 수일 또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백내장, 백혈병, 각종 암 등에 걸리게 된다. 또 우리 몸에 축적되고 생식기에 작용해 유산과 사산, 기형아 출산율이 높아지고 독성이 오래 가 대를 이어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세계는 탈핵의 시대로 <독일의 태양열 건축>
핵은 더 이상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드리마일 사고(드리마일섬에서 일어난 원전사고)이후 핵발전소 건설을 멈췄으며 유럽연합 15개회원국 중 14개국이 핵발전소를 폐쇄하거나 건설을 포기한 상태이다. 스웨덴의 경우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발전소 12기를 2010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독일은 2001년 6월 기존의 핵발전소를 2018년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임성진 교수(환경운동연합)는 “독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정책은 핵과의 결별이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체계로의 이행을 빠르게 해준다”며 세계적 탈핵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