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로크공화국이야기
아에로크공화국이야기
  • 뉴스서천
  • 승인 2002.06.06 00:00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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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에로크(aerok)공화국은 온통 월드컵과 선거분위기로 뒤엉켜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이기에 그 개최의미도 크겠지만 16강 진출과 첫 승이라는 바람이 너무 높기에 공화국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국가대표팀 감독의 꿋꿋함도 돋보인다. 성급한 국민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의 기초체력 향상과 몸싸움 기술에 주력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소 불안한 사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경기결과에만 집착하여 칭송과 비난을 쉽게 내뱉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참가자 모두가 국가의 명예를 안고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얄팍한 국민수준이 그저 승리의 단맛만을 바라고 모두들 축구전문가가 되어 있기에 하는 표현이다. 열악한 기반시설에서 꿈나무 선수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과 관리는 뒤로 한 채 마냥 선진축구의 완벽한 국가대표팀으로서 승전만을 기대하는 모습이 왠지 편안해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금년에 치러진다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불안해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다소 야유 있는 나라라고는 하나 선거문화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신 있는 정책제시보다는 돈의 위력에 의존하려는 모습이 뚜렷해 보인다. 유권자라는 국민들도 정치이야기라면 다들 한마디씩 흥분하면서도 진작 선거철이 되면 냉철한 판단보다는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돌변하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지 나와는 상관없다라는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자들을 상대로 당당히 금품을 요구하기까지도 하며 자기 손으로 직접 뽑아놓고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쏟아 놓으며 함께 하는 주인의식을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 나라의 출마자나 유권자들은 제각각 실속 챙기기에만 바쁘다. 그 누구 하나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만 모두들 주장하고 있다.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가 적이라는 이분법적 분위기에 휘말려 단지 눈앞에 처한 현실과 명분 찾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왜 그 나라가 그렇게 되어 버렸을까? 개인의 다양성은 인정하지 못하고 집단적 동질성만을 강조해 왔던 그들만의 전통문화에 대한 반발인가? 아니면 서구의 개인문화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시대착오적인 과도기인가? 쉽게 결론지을 사안은 아니지만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동시에 행사 후에 나타날 후유증도 염려된다. 그래서일까? 이 이야기가 아에로크 공화국의 가상적인 이야기로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장인식컬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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