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국가산업단지 찬 · 반 터놓고 얘기하자!
장항국가산업단지 찬 · 반 터놓고 얘기하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8.11 00:00
  • 호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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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군장국가공단 건설 논의가 이뤄지고 2004년 처음으로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오면서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때부터 지역갈등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찬·반 양론에 가담한 주민과 단체들은 중앙정부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다. 여기에 서천군과 충남도가 적극적으로 ‘갯벌 매립, 장항산단 착공’에 힘을 실어 주었다. ‘장항산단조기착공 추진위’의 지난 5월 금강유역환경청과 금강하구둑에서의 환경운동연합 규탄집회를 시작으로 7일 2차, 금강하구둑집회를 가졌다. 이어 9일 ‘장항갯벌살리기 서천군대책위’도 이완구 도지사와 나소열 군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찬·반 양진영의 집회를 보면서 더 이상 방치하면 ‘전북 부안의 사태’가 올 것 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천군의 수장 군수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침묵하고 있는 다수 군민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서천군과 군민들의 실익을 모색할 때가 왔다는 결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입력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안 되면 싸우는 행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토론회나 공청회의 필요성을 개최해야하며 주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갯벌과 산업단지의 가치평가가 지금에라도 이뤄져야한다. <편집자주> ▲ 지난 9일 오후 3시 20분경 서천군청에서 ‘장항갯벌살리기 서천주민대책위’가 3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이날 군수와의 면담을 시도, 반응이 없어 무더위 속에 방치하는 것에 항의하며 군청 진입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를 저지하려는 전경들과 30분가량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사진/이강선 객원기자>
어민, “갯벌이 죽었는가, 근거 내놔라”


나 군수, “같이 조사해보자” 그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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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도청집회를 마친 ‘장항갯벌살리기 서천주민대책위’가 오후 320분경 서천군청 앞으로 이동, 3시간 동안 집회를 갖고 군수의 사과를 요청했다.


대부분 어민들인 이들은 ‘갯벌이 썩었다는 발언에 대한 사과’, ‘공무원을 동원해 대책위 집회를 방해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청하며 “나소열 나와라”를 외치며 군수의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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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어민들은 군청 정문 앞 땡볕 아래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군수의 반응이 없자, 무더위 속에 방치하는 것에 항의하며 군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전경들과 30분가량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과열조짐을 보였다.


이에 당황한 서천경철서 관계자가 급히 중재에 나서 나소열 군수의 행방을 수소문해 5 20분경 대표자와 군수의 면담이 이뤄졌다.

▲ ‘장항갯벌살리기 서천주민대책위’대표단이 나소열 군수와의 면담을 하고있다. 정원문 집행위원장이 군수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도중 김영규 공동대표가 답답한 듯 눈을 감고 깊은 숨을 쉬고 있다. <사진/이강선 객원기자> 군청 상황실에서 있은 군수 면담에서김영규·이우봉 공동대표, 정원문 집행위원장, 여길욱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모두 “갯벌이 썩었다는 근거를 내놓던지, 그렇지 않으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우리는 찬성논자들의 활동을 방해한 일이 없는데, 지난 27일 해양수산부 집회 참여와 오늘의 집회에 대해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참여하려는 어민들을 설득, 협박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나 군수는 “나는 갯벌이 썩었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다만 보고와 많은 어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렇게 알고 있었으므로 해수부 등을 방문 ‘어민들의 생활터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해명 했다. 군수의 답변에 발끈한 김영규 공동대표는 대책위원에 참여한 어민단체들의 명단을 제시하면서 “군수가 말하는 많은 어민들”이 대체 누구냐고 따져 물었고 이우봉 공동대표는 “내가 그 갯벌을 끼고 사는 사람이다”며 “언제 군수가 갯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본적 있는가”를 추궁했다. 군수의 태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며 대표단들이 일어서는 대화포기를 선언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자 나 군수는 “그럼 같이 현장에 나가서 조사해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해 이에 동의하고 ‘갯벌 썩었다’는 부분은 일단락됐다. 나 군수는 공무원들의 대책위 활동 방해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렇게 한 일이 없다”라고 말해 다시 치열한 논쟁으로 끝을 맺었다. 군수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에 갯벌이 썩었는지에 대해 조사한 적이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공무원들이 어민들을 찾아다니며 집회참여를 막은 것을 모르는가”하는 물음에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6시 10분 쯤, 정원문 대표가 협상이 늦어진 것에 대해 어민들에게 사과하고 “갯벌을 함께 조사해 보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일단 오늘은 돌아갈 것을 제의 시위대는 자진해산했다. 한편 대표단은 “군수와 함께 갯벌을 조사하면 거짓말 한 것이 드러날 것을 확신한다”며 이 것을 토대로 장항산단 착공 포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항산단 착공 촉구 집회, 해수부 등 화형식 추진위원회 소속 인사들 혈서와 삭발식 진행 ▲ 7일 금강하구둑 집회에서 각종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황배원 의원 및 각 단체들과 공무원들이 장항국가산단 조기착공을 외치고있다.<사진/서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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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간 흐지부지하게 진행돼 오던 ‘장항산업단지 조속착공 촉구를 위한 군민궐기대회’가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속착공추진위원회(상임공동대표김중원, 나우찬, 문수곤)’ 주관으로 강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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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 서천군 마서면 금강하구둑 관광단지내 체육공원에서 서천군청 산하 공무원 대부분(최하 500)과 마을 이장, 부녀회장, 새마을 지도자들을 동원, 1천명 가량이 모여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나소열 서천군수, 류근찬 국회의원(보령·서천), 오세옥·송선규 도의원, 이상만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13명의 군의원 전원이 격려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역경제가 낙후된 상황에서 장항산단이 지역발전의 유일한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일부 환경단체들은 장항산단 착공에 대한 대안 없는 반대를 즉각 중지하고 중앙정부는 예정된 대로 착공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나우찬
공동대표는 연설에서 “뜻이 관철될 때까지 군민 장항산단 착공 깃발 달기 운동 및 장항읍 상가 장항산단 착공 연등 달기 캠페인 등을 전개해 지역 내 장항산단 조속착공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궐기대회에서는 ‘이제 우리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정부에 대하여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쟁취할 것입니다’는 내용의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결의문낭독 후 나우찬(서천군 발전협의회장), 오혁성(장항 발전협의회장), 김경제(장항 상인연합회장), 정석구(장항 발전협의회 부회장), 이갑복(장항 발전협의회 부회장), 안순성(장항 금강로타리 회장), 박원제(장항 서해포럼 회장) 씨 등의 삭발식을 가졌다. 이어 신길식(장항 라이온스 회장), 이한성(장항 JC 회장), 신동국(장항 발전협의회 부회장), 구정환(장항 발전협의회 이사)씨가 장항산단 착공을 촉구하는 혈서를 썼으며 혈서는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 지난 7일 장항산단 조기착공 참가자 들이 화형식을 하고있다.<사진/서천군청> 군수, 속 다르고 겉 다른 목적 불명 ‘관제데모’ 주도 ‘안되는 줄 알면서 어쩔 수 없이 동조한 ’군의회는 들러리 류근찬 의원은 격려사에서 “사업예정지는 갯벌로써의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안다”며 “환경보존도 중요하지만 서천군 실정으로 봐서 착공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어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나소열 군수는 격려사에서 “2004년도부터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착공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최근 일부 반대세력에 의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라며 “이제는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니 극소수이긴 하나 우리군민의 숙원사업을 우리군민이 발목을 잡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 군수는 대회 시작 한 시간 전인 8시 40분경, 기자와의 면담에서 “이제 와서 정부가 장항산단 대신 서천군 한테 대안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언론이 나서서 정부의 일관되지 못하고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안을 내놓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이미 장항산단 착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격려사에서는 “오늘을 계기로 우리군민 모두가 장항국가산업단지의 조속한 착공을 위하여 더 큰 목소리와 더 큰 열정으로 우리군민들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혀 나 군수의 속심을 엿보게 했다. 이는 가뜩이나 ‘관제데모 구설수’에 오른 나 군수가 궐기대회를 ‘장항산단 무산의 책임을 환경단체와 반대주민’.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다소 뒷받침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중앙정부가 주민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군수가 오히려 주민분열을 획책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 서천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의원들은 ‘장항산단 착공은 이제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궐기대회 참여를 놓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회의, 의원 간담회 등을 열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막판 집회 참여를 결정했다. 지난 5일 전체 간담회를 가진 후 조병진 군의회 부의장은 전화통화에서 “본인 외 2명의 의원은 산단착공에 회의적이며 궐기대회 행사 참여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이 밖에도 몇몇 의원들이 ‘다 끝난 일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고 궐기대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궐기대회 참여를 결정한 것은 “찬·반을 떠나서 군민들이 하는 행사에 인사차 참여한다는 것”과 “의회의 분열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군의회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김영규 서면김부류식협회장은 “집행부가 이미 안 되는 일을 가지고 군민을 고달프게 하는 궐기대회를 한다면 군의회가 따끔하게 충고해야할 일이다”며 “군의회가 그런 식으로 산단촉구 집회에 참여했다면 9일에 있는 반대 집회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지난 7일 장항산단 조기착공에 참석하기위해 서천군청 건설도시과 사무실엔 주인없이 책상과 의자만 놓여있다. <사진/이강선 객원기자>
‘관제데모’로 군청 텅비고, 참여하지 않은 단체명 현수막 등장


한편 7일 오전 내내 서천군청 산하 실·과 및 사업소는 물론, 읍·면 공무원들이 3~4명을 남기고 모두 집회에 동원돼 민원인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천읍 두왕리에 사는 주민 김모(48)씨는 서천읍 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담당자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중”이라며 무더운 날씨 속의 헛걸음에 대해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궐기대회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 민원인들의 불평이 잇달았다.


서천군은 지난 2일 확대간부회의(실·과·소장 및 읍·면장)회의를 갖고 ‘범서천군민 궐기대회’ 내부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총 5천명의 인원동원을 목표로 장항읍 1,700, 서천읍 900, 서면 300명 등 13개 읍·면별로 동원인원을 배정했다. 또 실·과·소도 초소인원 2(민원실 8)을 남기고 모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일 각 읍·면 별로 이장단협의회를 소집해 마을별로 인원을 배정했으며 실·과·소는 소관 사회단체에 대해 참여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여인원은 1,000여명으로 공무원과 마을 이장 부녀회장, 건설업협회 등 빼면 자발적으로 참여한 군민은 극소수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서면개발위원회’처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어민들이 대부분인 단체이름의 현수막이 동원돼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서면개발위원회 총무는 “상의 한 적도 없고 참가한 적도 없다”고 전해 군이 입장을 밝혀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장항국가산단반대 장항갯벌살리기 서천주민대책위(공동대표 김영규, 방훈규, 이원문, 이우봉) 9일 도청 앞 집회를 위해 7일 오전 집회신고를 마쳤고, 대형버스 15대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져 장항산단 착공을 놓고 서천군의 찬·반 논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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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서천 합동취재반>

news@newss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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