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개척하는 주민 참여
미래를 개척하는 주민 참여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 호수 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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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았다. 땡볕 더위가 사람마저 반숙시킬 듯이 이글거리는 가운데, 몇몇 사람들만이 발자국 소리를 섞고 있었다. 두 줄 째에서 발걸음을 꺾다가 말고,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나의 울음소리는 매미울음에 뒤섞이고, 눈물은 땀과 함께 범벅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사회’의 성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그들에게 부끄러웠다. 대부분이 또래인 그들보다 나는 두 배가 넘는 생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한 시대의 소용돌이, 그 중심에서 벗어나는 비겁한 현명함 덕분에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망월동 묘역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당신들이 일군 시민사회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남은 인생을 불태우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뒷걸음으로 물러나왔다.

우리는 지금 망월동에 묻힌 그들처럼 수많은 민주열사의 피와 땀 덕분에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민주화’를 위하여 더 이상의 피와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더불어 잘 살아가는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그 대상이 국가이거나 지방자치단체거나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현명한 지혜를 모으고, 적극적인 실천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민 참여는 필수 요건이다.
작금의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찬·반 논쟁이 올여름의 더위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지역의 분열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서천’의 발전적인 미래가 눈앞에 그려졌다. 서천의 미래를 위해서는 ‘장항산단’에 대한 찬·반 의견이 모두 약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의견만 옳은 것이 아니고, 양쪽 모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까지 대결 국면으로 가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또한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어서도 안 된다.
서로 간에 상생할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을 지향해야 한다.먼저 ‘우리 서천’을 조명하여 보자. 지리적으로 보면, 충남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황해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주민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서 열악한 지역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교통·행정·문화적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타 시군에 귀속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므로 지역세를 성장시키는 것은 대명제일 것이다. 그 무엇으로 ‘우리 서천’의 몸집을 키울 수 있겠는가?
장항 지역은 나날이 쇠약해지고 있다.

1929년에 광주광역시와 함께 읍으로 승격한 도시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남한 지역에 유일하게 제련소를 갖고 있었다. 20여 년 전에만 하여도 교과서에 나오는 도시였다. 서천은 몰라도 장항은 거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 후에 냉전체제 하에서 쓸모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규정대로 한다면, 읍이라는 명칭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구 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중국 시장의 길목이 될 수 있다.
환경보존은 인류 공영의 길이다. 갯벌의 가치를 미국 연구기관에서는 농토보다 105배가 높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10배가 넘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보다 일찍 간척사업을 벌인 일본에서는 둑을 무너뜨리고 갯벌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환경보존을 위한 주장은 그 정도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서천’의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장항산단’의 성공적인 조성으로 20여 만의 주민을 확보하는 지역이 된다면, 그 가치는 천문학적인 것이다.

주민 몇몇의 일자리 마련 정도가 아니다. 지방 재정의 보충 정도가 아니다. ‘우리 서천’의 모든 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다.
만일 찬성 쪽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찬성한 주민들의 전리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반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상전처럼 모셔야 한다. 주민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성공적인 사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정한 갯벌을 희생하더라도 서천의 모든 갯벌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금강 하구로 몰려드는 철새들이 또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환경친화적인 기업의 유치와 오염 방지를 위한 철저한 시설, 감시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오염된 도시는 사람도 살지 않는다는 점을 각골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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