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쓴맛
조직의 쓴맛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01 00:00
  • 호수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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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지금 거대한 한 조직(組織, organization)의 환골탈퇴(換骨脫退)를 주시하고 있다.
서천군이 조직 정비를 위해 ‘직무분석을 통한 조직효율화 및 경력개발제도 구축’이란 거창한 제목의 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서천군(군청, 읍·면, 사업소 총괄) 공무원은 668명, 정부가 정한 표준정원 586명보다 82명이 많다. 이 때문에 올해 예산 패널티(penalty) 23억원을 받는다. 쉽게 말해 인력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산 범칙금 23억원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번에 용역을 발주한 이유의 첫 번째가 여기에 있고 두 번째는 내년부터 운영되는 ‘노인복지타운 운영’에 필요한 인력 99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총액인건비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총액인건비제’는 쉽게 말해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인원을 100명을 쓰든 1,000명을 쓰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어쨌든 서천군은 이래저래 인력운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처지가 이렇다보니 대대적인 조직정비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맡긴 이번 용역의 중간보고 이후 말들이 많다.
실·과, 사업소의 기능의 변화에 따른 폐지, 통폐합, 이관 등의 조정이 불가피 하다. 이는 현재 어정쩡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6급 공무원의 ‘담당’자리 축소가 포석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잘못하면 몇몇은 ‘조직의 쓴맛’을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성과주의 조직문화 구축을 전제로 ‘읍·면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본청에 올 수 있게 하고, 본청에서 성과를 내야 보직을 받을 수 있으며, 보직을 받는 자 중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이 가능한 체계 구축’이라는 표현이 반발을 샀다.
물론 고객인 주민이 안일한 공직사회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는 찬성할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칫 ‘동료를 밟고 서지 않으면 평생 읍·면에서 썩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돼 읍·면 사무소의 폄하는 물론 성과주의로 흐른다면 꼭해야하지만 표 안 나는 궂은일을 누가 하겠는가.
용역과정에서 공무원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을 터이지만 이런 문구가 등장한 것을 보면 서천군의 조직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것 같다.
조직에는 구성원이 있고 우두머리가 있다.

그 우두머리가 보스(boss)인가, 리더(leader)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세간에 화재작이었던 「리더와 보스」라는 책은 “리더는 ‘가자’고 권한다, 보스는 ‘가라’고 명한다. 리더는 ‘희망’을 준다. 보스는 ‘겁’을 준다. 리더에는 귀가 여러 개 있다. 보스에게는 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100% 맞는 말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이 책이 사랑받은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고 볼 수 있겠다.

조직과 관련한 중요한 용역을 시행하면서 조직원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 이는 ‘귀가 없는 군수’가 되는 것이고, 결정을 내리고 무조건 시행하라 한다면 이는 ‘가자’가 아닌 ‘가라’고 명령하는 보스적 군수가 되는 것이다.
많은 군민들이 말하기를 지금 군수는 충분히 보스적이다고 평하고 있다. 여론이고 주민들의 불편이고 아랑곳 없이 군수에게 잘 보이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공직자들 때문이다.

이들은 ‘겁’나는 보스를 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쓴 맛을 보지 않기 위해 주민들의 신복보다는 군수의 신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디 이번 용역을 통해 공직자나 군민들이 ‘조직의 쓴맛’ 보다는 조직의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나소열 군수의 지도력(Leader Ship)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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