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부부
어리석은 부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01 00:00
  • 호수 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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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 백유경(百喩經)에 이런 얘기가 있다.
고집들이 센 부부가 있었다. 하루는 그들에게 떡 세 개가 생겼다.
부부는 떡 한 개씩을 나누어 먹고 나머지 한 개를 서로 먹겠다고 입씨름을 벌였다. 그러다 끝까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떡을 먹기로 했다.
떡 한 개 때문에 종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밤이 되자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방안에 들어와 모두 훔쳐 보따리에 쌌다. 그러나 부부는 입을 봉한 채 도둑이 하는 거동만 빤히 쳐다보았다.
도둑은 그들 부부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아무 말도 없는데 용기를 얻어 그 부인을 범하려 했다. 그래도 남편은 말이 없었다.

참다못해 아내가 "도둑이야!" 하고 고함을 치자 도둑은 보따리를 메고 도망쳤다. 아내는 남편에게 대들었다.
"미련한 사내, 그래 떡 한 개 때문에 자기 아내를 범하려는 것을 보고도 가만있단 말이오?"
그러자 남편은 "떡은 내 것이야!" 하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웃었다.

경(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범부(凡夫)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명성이나 이익을 위해 큰 손해를 보면서도 잠자코 있다. 온갖 번뇌와 악한 도둑의 침범으로 좋은 법을 잃고 악도에 떨어진다 해도 그것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출세의 길만 택한다. 그리고 오욕락(五欲樂)에 빠져 큰 고통을 당하더라도 재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어리석은 부부와 다를 바 없다.

긴 말을 보탤 필요가 없겠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도덕 불감증에 걸렸다면 저 어리석은 부부와 뭐가 다른가?
눈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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