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로 다시 태어난 모던 걸(modern-girl)
된장녀로 다시 태어난 모던 걸(modern-girl)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08 00:00
  • 호수 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영/칼럼위원

“모던 수필-향연 간(刊)”이라는 책에 수록된 안석영 선생의 “모던 걸-1937.5 조광”이라는 글을 읽고, ‘모던 걸’들이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된장녀’들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찌부러진 초가삼간에서도 길나올 때에는 불란서 파리나 뉴욕의 멘하탄에서 부침(浮沈)하는 여성들의 옷을 걸치고 나와야 하는 그들(중략). 그들의 손가락에 이삼백 원, 천여 원의 백금반지는 어디서 난 것인가. 그들의 목에 걸친 값비싼 목걸이를, 그 핸드백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중략). 전문학교를 나와도 가들떠 보지 않는 세상, 다만 얼굴이 예쁘고 살결만 윤택하면 그만인 세상, 적이 지식 여성의 한탄이 여기에 있다. (이하 생략)”

희망도 자유도 꿈꿔 볼 수 없는 일제 강점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새로운 문명이 밀물처럼 밀려오는데도, 여성들은 외적 압제와 더불어 남성 중심의 관습이 뿌리내린 요지부동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습니다.

옛날에 비하여 오늘날은 삶의 질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과학과 경제의 힘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으며, 일부 가진 자들은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빈곤감은 늘 상대적이어서 가지지 못한 자의 소외감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긍지도 희망도 가질 수 없었던 70년 전처럼 오늘날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 지향적인 여성 즉 ‘된장녀’라고 부르는 그녀들이 우리를 걱정스럽게 합니다. 갓 성인식을 치른 젊은 그녀들이 입고, 먹고, 소지한 것들의 값어치는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것이며, 부모를 비롯한 타인들이 그 값을 치러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재산이 많은 부모를 둔 사람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범죄에 빠지거나 돈 많은 남자를 잡아야만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가품을 휘감아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금방 사회의 일원이 된 그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질타하기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세상은 너무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서 숱하게 쓴 이력서가 휴지조각이 되고 마는 세상, 내면적 깊이나 지식보다는 외모가 우선인 세상, “어려운 일은 모두 내가 할 테니 너는 공부나 해라”했던 부모는 정작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하며, 평등하다고 배웠던 남녀 관계까지 장벽이 되어 막아섭니다.

더구나 텔레비전 뉴스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사례들을 날마다 나열해 놓습니다.
정신이 올바른 사람만 있는 세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오염된 물을 마시며, 썩은 것들의 냄새만 맡다보면 병들지 않는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더구나 면역력이 없는 젊은이들은 더 빨리 감염될 것입니다.

된장녀들을 나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녀들을 양산해 놓은 사회의 병폐를 치료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한 단계 높은 취향을 가진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새로운 생산을 창출해 내도록 하는 것도 해결 방법일 것입니다.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가짜 명품이 넘치는 현실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그녀들을 질타했던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사치와 허영의 싹부터 말끔히 닦아내야 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