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을 거치며 발전한 과학기술은 수많은 발명품을 낳으며 숲을 대규모로 파괴했다. 벌목업자와 광산업자, 석유채굴업자는 떼돈을 벌며 자본을 축적하였으나 숱한 동식물이 멸종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산업사회가 무분별하게 개발을 진행하던 19세기말 미국에서 숲에 대한 반성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보호에 대한 이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두 부류가 미국의 초대 산림국 장관이었던 핀쇼(1865~1946)의 환경보전론(preservation)과 시에라 클럽의 창설자 뮤어(1836~1914)의 환경보존론(conservation)이다. 핀쇼 등 보전론자는 인간이 자연환경으로부터 장기간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 기업에 의한 무한한 수탈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보전론자에 있어서 자연환경은 인간의 이익에 봉사하는 수단으로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뮤어 등 보존론자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어떠한 인간 활동도 용납하지 않았다. 보존론자에 있어서 원생자연은 종교적 명상의 원천, 현대 생활의 피난처 그리고 미적 체험의 장소이며 또 그 자신이 내재적 가치를 갖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당초 미국의 건국사에 있어서 산림과 원생자연은 극복되어야 할 위협이고 정복되어야 하는 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서 원생자연을 정복하면서 비로소 미국은 오늘과 같은 문명과 문화를 쌓아올릴 수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핀쇼의 보전론 역시 진보주의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한 헷츠헷치 계곡의 댐 건설을 두고 핀쇼와 뮤어의 입장이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뮤어는 댐 건설을 반대했지만 핀쇼는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하며 찬성한 것이다. 핀쇼와 뮤어는 특히 원생자연에 대한 관계에서 전적으로 대립되는 위치에 있었으며 핀쇼는 인간이 이용할 수 없는 이론이나 ‘성역’으로서의 원생자연의 보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인간중심주의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원생자연의 개발이 미국 전토에서 현저하게 확대되는 가운데서 더 이상의 원생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원생자연 그 자체를 성역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뮤어의 자연보존론이 널리 파급되었다.
지난 13일 도삼리에 있는 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최근 유부도 아카시아 숲 파괴에 대한 복원 문제로 여러 기관과 환경 활동가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유부도를 찾는 도요새들을 위해 기존 설계된 철새 탐방로를 폐서ㅐ하고 사람의 접근을 통제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보전보다는 보존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매우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