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건강
술과 건강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15 00:00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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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지 훈
서천군보건소 신경과전문의

우리나라 남자 셋이 모이면 무엇을 할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술을 마시러 갈 것이다. 특히 연말연시엔 우리나라 사람들 망년회에서 술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날.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내가 어제 술을 마시고 어떤 일을 했는지, 대체 집에는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술은 에틸알코올 혹은 에탄올이라 부르는 화학물질이 주성분인 음료이다. 우리 몸속에 들어온 알코올은 10~20%정도는 위에서, 80%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에탄올은 주로 간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일차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분해되고,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되고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간에서는 보조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시스템(간세포내 소포제의 마이크로솜-에탄올 산화계)이 있는데, 이 시스템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활성이 높아져 ‘술에 강해 진다’는 현상은 여기에 기인한다. 그런데 에탄올은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있으며 중간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구역, 구토를 일으키고 피부의 홍조, 두통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술을 먹으면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살펴보자. 술을 마시게 되면 식욕, 성욕, 희로애락의 원초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변연계라는 부위를 억제하고 있던 대뇌피질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과할수록 점점 원초적인 기능이 나타나 노상방뇨, 길거리에 드러누워 잠자기 등 맑은 정신상태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과 함께 소위 ‘필름이 끊기는 현상’ 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다. 술을 이런 정도로 장기간 자주 마시다 보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

◇ 알코올 중독 : 혼자 술마시는 것을 즐기고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자제할 수 없고 술이 깨면 손떨림, 진땀, 불안 등을 경험하는 경우 ◇ 알코올 금단증상 : 갑자기 술을 끊거나 음주량을 줄이는 경우 약 6~8시간 후부터 온 몸이 떨리기 시작해 약 12~48시간 후 구토, 불안, 불면증, 환각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엔 경기까지 할 수 있다. ◇ 기억력 감퇴 ◇ 베르니케 뇌병증 : 음주로 인해 우리 몸의 필수비타민 중 치아민이 결핍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운동실조, 안구 마비, 의식 장애를 일으킨다. ◇ 알코올성 지방간 : 매일 소주 반 병 이상을 5년간 마신 사람들 중 약 50%에서 지방간이 발견된다.

지방간이 생기면 피로가 빨리 오고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간염으로 진행된다. ◇ 알코올성 간염 :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음주를 하는 경우 간세포가 계속 파괴되기 때문에 생기는데 간염 상태가 오래 되면 간경화로 악화되고 황달, 복수, 지혈장애 등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 위염, 췌장염 ◇ 면역력 저하 ◇ 알코올성 신경병증 ◇ 뇌졸중의 위험인자 : 위에 소개한 다양한 질환들은 한 번 생기면 되돌리기가 거의 어렵고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각종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을 가져오기도 한다.

소주 반 잔, 또는 맥주 한 잔 정도의 적당한 양의 술은 혈액순환을 도와주지만 막상 술을 마시게 되면 소주 반 잔, 맥주 한 잔으로 끝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술로 인한 각종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한 번에 소주 반잔만 마실 자신이 없다면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건강상에는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주 문화로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루빨리 건전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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