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창문을 열자
들창문을 열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16 00:00
  • 호수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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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철 발행인>
엊그제 입춘이 지났다.
동장군이 오지도 않았는데 입춘이 지났다 생각하니 이상야릇하다. 100년 만에 세 번째 따뜻한 겨울이라고 한다. 하여 서민들은 난방비 절약해서 좋았고, 바깥나들이 할 때 춥지 않아서 좋았다. 요즘 날씨 같아선 바람이 선선하단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쪽 맘속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이상기온이라서 그렇다. 이러한 현상을 지구 온난화 현상에서 찾고 있고 이는 곳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불길한 예감이다. 태풍, 해일, 집중호우 등 상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올겨울 서민들은 따뜻해서 좋았지만, 이러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기에 걱정이 앞선다.

갑자기 어릴 적 들창문이 생각난다. 들창문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새마을운동을 한다며, 흙벽을 없애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들창문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여 진 것 같다.

방안의 탁한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어떨 땐 아버지의 권위로 보이기도 했다. 또는 밖의 소리를 듣는 역할도 했다. 사람과 자연의 소통구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들창문은 미나리꽝이기도 하고 동물의 기능상 허파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요즈음 도시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면면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 경제, 학계 사람들이다. 그 아파트는 철저하게 콘크리트 구조물을 쏟아 부어 만든 고층집들이다. 물론 내부는 보기에는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공업용 강력 접착제로 장판을 붙여놓고 벽지 또한 마찬가지다. 창문은 밖의 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되는 이중창으로 되어있다. 집안엔 화분이나 방향제 같은 것으로 향기롭기만하다.

그렇지만 옛날 들창문이 있는 집보다 못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들창문의 문풍지소리를 들으며 한 잠자던 생각이 아련하다. 사실 들창문이 있는 집은 그 창을 열지 않아도 안팎과의 소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자연과 인간이 동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청강수와 같이 맑은 물도 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들창문은 산소와 같은 역할로 맑은 물을 썩지 않게 하고 세상을 환기시키는 인간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이중 철갑 유리문으로 꼭꼭 닫혀있는 창호를 부수고 들창문을 하나쯤 만들어 하루에 몇 번이라도 활짝 열고 닫는다면 어떨까?

인간사 모든 것이 흑백논리로 귀착된다면 창호도 창문도 없는 여수의 이주노동자 수용시설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좋은 집에서 산다고 한들 이웃이 없다면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을 것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 크게 써 붙인 대문이 있는 그런 집에서 들창문을 확 열어서 대지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는 꿈을 꾸어보며 정해년 새해를 맞이한다. 새해엔 너도나도 들창문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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