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훈 서천군보건소 신경과전문의

젊어서는 코를 골지 않았더라도 나이가 들거나 살이 찌면서 코골이가 새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가 심할 경우 옆에서 자는 사람이 괴로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코를 고는 본인은 자신도 모르게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코골이는 함께 잠을 자는 사람이 괴롭지만 코를 고는 본인은 낮 동안의 피로감이나 졸리움 이외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코골이가 심한 사람 중에는 간혹 코를 골다가 갑자기 한참 동안 숨을 안 쉬고 컥컥거리다가는 '푸'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시 코를 고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자는 동안 5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실제 심하게 코를 골지 않더라도 전체 코골이인 사람의 약 2/3 정도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30세 이상 남자 100명 가운데 24명, 여자 100명 가운데 9명에서 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관찰되며, 여성의 경우 폐경 후 더욱 증가한다.

자면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20회를 넘으면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증, 수면 중 사망 등의 빈도가 유의하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뇨의 위험도 높아진다. 게다가 낮에 졸리지 않더라도 교통사고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코고는 소리는 코 자체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코를 통해 들어간 공기가 숨구멍으로 들어가는 동안 목젖을 포함한 입천장의 일부와 주위 점막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환자는 코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입 안과 목젖, 치아의 부정교합, 혀의 크기, 턱의 모양 등을 반드시 검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비만하거나 턱이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서 코골이가 흔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목구멍 목젖 부위 공간이 좁아서 호흡할 때 공기가 통과하면서 주위 점막이 쉽게 떨리는 것이다.

정상인도 몸이 피곤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일시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보일 수 있고, 어린이도 어른 이상으로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을 나타낼 수 있는데, 어른과 달리 목부분 편도 조직이 커서 숨구멍을 막기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어린이 비만이 늘면서 증가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요란한 코골음, 심한 졸음,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로감, 두통,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이다. 따라서 코를 심하게 골지 않더라도 이유 없이 계속 피로하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다든지 밤에 제대로 자는 것 같은데도 낮에 심하게 졸린다든지 하는 경우엔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란 코와 얼굴, 머리, 다리 등에 전극을 붙이고 잠을 제대로 자는지, 자면서 숨을 제대로 쉬는지 정밀하게 체크하는 것으로 검사를 통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어느 정도 심한지, 부정맥(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이 발생하지 않는지, 수면 중 뇌로 산소가 부족해지는지 등에 대한 포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나라에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는 곳은 드물다.

대개 이비인후과에서 받을 수 있는 코골이 수술의 경우 코골이는 좋아질 수 있으나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치료성공율은 5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즉, 상기도가 막히는 부위의 위치, 범위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무조건 코골이 수술을 받을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비만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술은 최소한 수면 3-4시간 전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수면촉진제 등 약물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