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서의 문제행동
치매에서의 문제행동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3.16 00:00
  • 호수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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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훈
서천군보건소 신경과전문의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와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핵가족화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치매환자에 대한 부양부담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대부분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게 되는데, 치매가 심해질수록 나타나는 환자의 각종 증상으로 인해 신체적, 경제적,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아 가족해체까지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무엇보다 치매환자 가족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 자체 보다는 대개 치매가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불안, 초조, 방황, 공격적 행동, 환상, 망상, 우울 등의 문제행동이다.


<치매환자의 문제행동>

1. 불안, 초조
대부분 치매환자가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을 갑자기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환자는 몹시 불안해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침에 산책을 하던 습관이 있는 치매환자가 돌보던 가족이 아프거나 날씨가 좋지 못해 산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환자에게 못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반복적으로 설명을 해 주고 환자가 평소 좋아하던 물건이나 사진첩 등을 보는 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2. 우울 증상
치매 환자는 우울하다고 표현을 할 수 없으므로 대개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잘 못자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을 회피하는 증상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우울해 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뇌기능 저하 때문에 우울 증상이 생긴다.

다행히 우울증상은 약물치료 및 비약물적 치료 반응이 좋다. 가능한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이 때, 환자 주변 친척 및 친구들에게 치매를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부딪칠 수 있는 어려움이 있을 경우 협조를 부탁한다. 주변인들에게 환자의 치매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어떤 행동들을 보일 수 있는지 등, 병의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주는 것이 중요하다.

3. 환상 및 망상
환상이나 망상은 정신분열병에서 주로 나타나는 정신병적인 증상이지만 뇌기능 저하로 인해 현실인식이 떨어지게 되는 치매환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는 있지 않은 것을 보거나(환시) 듣는 경우(환청)을 환상이라 한다. 망상은 잘못된 믿음으로서, 누군가가 해를 끼치려 한다든지, 누가 내 돈을 훔쳤다든지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증상을 보일 때는 TV, 라디오 등을 끄고 창문을 닫아 혼동을 유발할 수 있는 주변 소음을 제거하도록 한다. 때로는 문을 열어서 정확한 소리의 근원을 알아차리게 하여 잘못된 인식을 방지하도록 한다. 또, 돌보는 사람이 상황을 잘 처리할 것임을 알려준다. 절대로 환자와 싸우거나 논쟁해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동의해 주어서도 안 된다. 이밖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등, 환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자가 자기 돈이나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할 경우에는 지갑을 직접 보여주어 확인시킨다. 환자가 만족하고 진정할 때까지 돈을 세어 보라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환상과 망상이 계속 심해지면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 때 적절한 약물 처방에 도움이 되도록 가능한 자세히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4. 공격적 행동
치매환자가 보호자에게 욕을 한다든지 때린다든지 하는 공격적 행동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잘 살펴보면 대부분 유발요인이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유발 요인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환자를 자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즉시 유발요인을 제거하고 환자를 안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양자가 같이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되며 자해가능성을 예방하고 부양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주변에 위험한 물건을 서서히 치운다. 절대로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 이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치매는 뇌가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뇌기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치매환자의 행동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환자의 남은 능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치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약물치료도 같이 이루어 져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치매환자와 부양자를 위한 재가서비스 및 보호서비스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하루 빨리 치매환자 및 부양자를 위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회적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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