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연가(戀歌)
서천 연가(戀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3.30 00:00
  • 호수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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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숙
서천읍 사곡리

오는 4월이면 내가 서천에 온지 꼭 10년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30년 넘게 서울 밖을 나가서 하루도 살아보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시골로 이사 간다 하니까, 일가친척 부모형제는 물론 일면식이라도 있던 사람들은 전부 입을 모아 만류 했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밤마다 찾아와서 만류하시는 친정 부모님의 염려를 뒤로 하고 짐 보따리 만큼이나 커다란 희망 보따리를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남편의 고향인 서천에 첫 발을 디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0년 전 서천의 모습은 한편의 수묵화 같았다. 어린시절 거실 벽에 걸려 있던 달력에서나 보았던 그런 마을의 풍경들이 현실세계에서 내 눈앞에 펼쳐졌을 땐 정말 내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옛날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 서천도 내가 처음 올 때 모습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고 새로워졌다.

처음 이사 와서 터를 잡았던 집 뒤에 있던 돌산이 깎이고 고층 아파트가  당당하게 들어섰으며, 허허벌판이던 택지가 개발 되어서 서천 제일의 상권이 형성 되었고 무질서 했던 시장이 새롭게 정비되어 현대식 수산물 특화시장으로 거듭났으며, 지금도 여기 저기 개발이란 이름으로 공사가 한창진행 중인데…….

땅은 변화하고 개발되는데 이 땅을 디디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은  하나 둘 이 땅을 외면하고 겨우내 머물다 떠나는 철새처럼 떠나가고 또 떠나고 싶어 하고 있으며, 삶의 터전으로의 서천이 아니라 그냥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인생의 정거장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나같이 뿌리를 내리고 둥지를 틀고 있는 사람들은 무능력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현실이 나를 안타깝게 만든다.

10년 동안 서천에서의 삶이 시련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고, 내 이름으로 한 뼘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난 서천을 사랑하고 또 서천 안에서 행복을 일구며 사랑하는 남편의 어린시절 추억을 우리 아이들에게 답습시키며 살아가고 싶다.

봄이면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 절제하는 아름다운 동백꽃을 보여주고, 여름이면 쏟아지듯 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여주며, 별처럼 많은 꿈을 심어주고 싶다.

약간은 개발이 덜 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와서 찾아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잘 정돈된 책상 서랍 같은 그런 향수가 묻어 있는 고장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서천을 등지고 떠났던 사람들이 삶에 지치고 힘들 땐 언제고 다시 와서 삶의 희망을 재 충전해 갈 수 있는 그런 엄마 품 같은 아늑한 고향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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