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린투어리즘,
생태환경이라는 그릇에 담겨있다
일본 그린투어리즘,
생태환경이라는 그릇에 담겨있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7.05.25 00:00
  • 호수 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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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산업인가 관광자원인가 2



우리나라의 농촌마을 사업인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이나 도농교류, 체험마을 사업은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에서 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일본은 그린투어리즘 속에 도농교류의 주가 되는 민박이나, 농산촌 체험 프로그램, 생산자 직영 판매장 운영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은 독일에서 배워왔다는 것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생태환경 보존 국가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일본에서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운영체계를 빌려왔다면 일본은 독일에서 ‘생태환경’이라는 가치를 도입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 하겠다. 이번은 기획보도 두 번째로 8박9일 동안 일본의 현지취재에서 만난 ‘생태환경’이라는 큰 그릇을 토대로 운영되는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을 짚어보고 다음 호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일본 마을 사례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자>

▲ 유후인의 자존심은 전통과 생태자원이다. 마을의 가옥과 긴린코 호수와 실개천은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가꾸며 지키고 있다. 일본의 마을 체계 이해일본열도는 크게 4개의 섬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기획취재단 일행은 그중 최 남쪽 섬, 1,5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큐슈지방(九州地方)을 둘러봤다. 후쿠오카, 뱃부, 미야자키, 구마모토, 가고시마현 등지 에서 해당관청과 마을의 그린투어리즘 주체들을 만났다. 일본의 행정구역 1도(都, 토쿄도), 1도(道, 훗카이도), 2부(府, 오오사카후=부, 교토후), 43현(후쿠오카현 등)으로 현청 소재지는 시(市, 후쿠오카시)가 된다. 현 아래 우리의 시·군단위인 구(區), 마을이라 부르는 정(丁, 쵸와 같은 의미)이 있다. 우리와 행정구역 체계는 같은 등급이지만 규모나 의미가 다른 상황에서 운영체계를 그대로 도입한 게 우리의 실패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일본의 현 규모는 인구 130만명 내외, 정·쵸 규모는 3만명 내외가 된다. 즉 우리가 일본에서 마을 불리는 정·쵸 그린투어리즘을 도입하면서 마을 개념과 규모를 감안하지 않고 운영체계(system)를 우리의 50호 내외의 마을에 적용한 것이 큰 오류이다. 그 결과로 체험마을 마다 설치된 특산물의 성패가 판이하게 드러나고 있다. 관공서 ‘특별히 하는 게 없다’ 일본 현청이나 정의 관계 공무원들의 답변은 한결 같이 “관에서는 특별히 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린투어리즘의 운영주체는 ‘주민공동체’라는 것이다. ‘주민공동체’, 우리와 무늬는 같지만 구성과정이나 주도적 역할에서 차이를 보인다. ▲ 우키하쵸의 물상관, 주민들의 생산품과 도시락 등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어 손님들로 북적댔다.
첫 기획취재 둘째 날 첫 방문지로 우키하시에서 전면에 나서 우리를 맞은 것은 구민관 히라까 씨였다. 또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쵸의 그린투어리즘 담당자 에토 씨는 “우리가 하는 일은 특별히 없고 농박(농촌민박)을 원하는 사람과 농박과 연결해주는 역할과 농박현황을 소개해주는 정도”라는 것이다.

유후다케산을 경계로 뱃부가 거대 호텔이 들어선 온천관광을 선택했다면 이와 다르게 전통과 생태자원을 자원으로 편안한 휴양 마을을 선택한 유후인시청 히데토 에토 씨도 관공서의 역할은 소개만 해주는 정도라고 했다. 마지막날 방문한 가고시마 현의 그린투어리즘 담당자 아이꼬 씨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이들의 말이나 주민들의 태도를 보건데 99% 주민에 의한 주민공동체, 주민공동체의 합의에 의한 운영이 일본 그린투어리즘이 뿌리를 내리게 된 주요인이다.

이것이 우리의 관 주도형 운영방식 도입의 수단으로 주민공동체가 결성되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내면적인 운영방식에서의 이 같은 차이는 예산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뛰는 우리의 마을주체와 주민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뛰는 일본의 마을주체의 역할의 차이를 보이게 되는 원인이 된다. 공동체를 영위해 가기 위한 주인의식과 나 보다는 우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예컨대 일행이 묵은 유후인시 긴린코 민예마을의 전통있는 가문을 개조한 기시소우여관 주인은 일행이 기념사진을 여관 배경으로 찍으려하자 “유후다케를 배경으로 하세요”라고 말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여관을 내세우기 보다는 그들의 자랑인 유후다케 산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익숙한 것이 자원이다

일본 그린투어리즘 마을에서 활용하는 자원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것을 활용한다. 일본의 지형적 특성상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온천이다. 대개의 마을은 호텔이나 여관에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 우키야쵸의 ‘곧단자 이론’ 구성도 그 다음이 생태환경이 온전히 보존된 호수나 하천을 볼거리와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고 있다. 농산어촌의 농박시설이나 여관은 전통가옥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시설도 그렇거니와 편의제공이나 음식제공도 최대로 일본 여성특유의 몸에 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에서 아침산책길에 만나는 이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를 외친다. 몇 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절한 인사는 각박한 도시민들에게 고향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자원이 된다. 마을의 자원이 최대 가치를 발휘 하는 곳이 ‘물상관(物商官)’, 직판장이다. 이 곳에는 취미삼아 키우는 소량의 다양한 꽃에서부터 소포장의 농산물과 지역공예품들이 팔리고 있다. 가는 마을(정·쵸)마다 눈에 띄는 것이 1인분 도시락문화에 맞춘 수십 가지의 도시락이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자기 집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을 구입하고 인근 도시민이나 관광객들도 빼놓지 않고 들러 고향의 맛을 찾아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물상관이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자원 중의 하나가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일본이라고 100% 유기농산물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농민이 유기농산물이라면 유기농산물이다. 물상관에 물건을 납품하는 농민의 말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한번 거짓말 하면 그 마을을 떠나지 않고는 대대손손 거짓말쟁이 집안사람들로 낙인찍히는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의 신용가치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파생된 주민의식은 불법쓰레기 투기나, 불법주차가 없는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된다. 환경이라는 그릇에 담긴 자원 ▲ 우사시 아지마무쵸에서 농박을 운영하는 도끼에다 씨의 노모와 딸, 전통가옥을 활용해 도시민들에게 고향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모가 실질적으로 농박운영 주체이며 딸은 인근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그린투어리즘의 자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린투어리즘의 체계를 확립하고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운영방식과 결과가 확연히 판가름 난다. 일본의 성공적인 그린투어리즘 운영마을은 환경을 거대한 그릇으로 규정하고 그 속에 자원들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키야시 우키야쵸는 지역자원을 하나의 단자(그릇)로 본 ‘곧단자이론’으로 마을의 가치를 배가시켰다. 마을의 거대한 환경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단자로 보고 행정구, 자연경관을 꼬치에 꿰듯 예쁜 그릇을 정비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안에 주민들의 생산품이나 다랭이 논 등 생활터전을 자원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지역의 꽃 한송이 실개천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자원’이 되고 있다. 이일을 주도적으로 실천해 내는 기구가 주민공동체, 마을협의회인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환경이라는 그릇 속에서 자원을 잘 꿰어 성공한 마을들의 실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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