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보다 아름다운 아이들
천사보다 아름다운 아이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16 00:00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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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영
칼럼위원

온 가족이 불편한 몸으로 문 밖에 나와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것을 맞이하였습니다.

소년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장애가 있는데 혼자만 건강하게 태어나서 미안해요.”

소년은 복합장애를 가진 동생의 굳어진 손을  연신 닦아주었습니다.

전교 부회장이라는 소년의 얼굴에는 여드름이 송송 나있었습니다.

다음 글은 우리 반 B의 일기 일부입니다.

‘우리 엄마는 장애자입니다. 내 동생도 장애아입니다. 나는 커서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간호사가 되어서 우리 엄마 병을 치료해주고 싶습니다.’

B의 어머니는 아이 말대로 장애가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동생은 같이 학교에 다닙니다. 아이는 동생을 살펴보러 자주 일학년 교실을 기웃댑니다. 아이 엄마는 간혹 물건을 집어던지며 울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볶음밥이 제일 맛있답니다. 아버지는 끝없이 착하고 순하며 열심히 일합니다. 아이는 손가락을 꼽으며 열심히 덧셈과 뺄셈 공부를 하고, 비록 왼손으로 글씨를 쓸망정 정성을 다합니다. 간호사가 되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 카메라가 잡은 소년도, 아직 아홉 살인 우리 반 B도 천사보다 더 아름다운 아이들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간혹 떼를 쓸 때도 있고, 형제간에 다툼질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일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어 떠맡은 일이 아니고, 혼자만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미안하고, 고통을 대신 할 수 없어 비롯된 사랑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해마다 태어나는 숫자는 통계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불행이 내 것이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나를 빗겨간 것입니다. 내게 닥쳤다면 힘들고 지쳐서 쓰러졌을지도 모를 텐데 그 작은 아이들은 어리고 작은 가슴으로 가족을 감싸 안고 사랑하는 것부터 배웁니다. 누가 시키거나 알려주지 않았는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실천합니다.

널찍하고 근사한 집은 많은데 가정은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식구는 있지만 가족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소망을 이루어 드리기 위하여 고개를 들 틈도 없이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아픔을 보지 못했으니 알지 못하고, 보둠어 안고 감싸주는 것을 배우지 못합니다. 결국 자식은 부모를 위한 일을 하지 못했으며, 부모 역시 자식을 위한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지런히 일한 덕택에 넓어진 집안 각자의 방안에 갇혀 나무토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천사는 너무 바빠서 힘든 사람들 모두를 살필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B의 집에 작은 천사B를 보내주셨나 봅니다. 그리고 텔레비전 속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의 소년의 집에도 그 소년 천사를 보내준 것입니다.

마음속에 버석거리는 낙엽 소리만 가득한 우리들은 그 아이들의 따뜻한 의무감을 배우고, 그 아이들이 사랑하는데 힘들지 않도록 짐을 나누어 들어 주어야겠습니다.

천사가 하늘을 향하여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 혹시 그 일로 나무토막이 되어가는 우리의 마음에 새싹이 돋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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