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자유와 평등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30 00:00
  • 호수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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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기 복
칼럼위원

대선 정국이다. 이번 17대 대선 후보로 12명이 출마하였다.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사에서 대선 후보의 수로는 사상 최대이다. 국민들이야 제각각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선택할 기회가 많아서 참 좋아할 일이다. 그런데 정작, “대선 후보가 풍부해서 참 좋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그저 하나같이 시큰둥한 편이다. 솜씨 없는 식당에 앉아서 반찬 수는 많은데 젓가락을 들고 망설이는 사람들 같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대통령 꿈 안 꿔본 사람 있을까? 서너 살짜리 어린 아이가 밥상 위에 올라가서, “나는 대통령이다.” 하고 외칠라치면 어른들의 박수소리가 집을 들먹들먹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저마다 그런 꿈을 접고 또 접으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대하고보니, 더 나이를 먹으면 젊은 시절 여러 번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전대통령 내외가 비명에 돌아가실 때에는 대통령 꿈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명횡사할 수 있는 꿈보다는 오순도순 가정을 꾸리며 살겠노라는 소박한 꿈이 인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대통령이 동네북과 같지 않은가? 여기서 두드리고, 저기서 두드리고. 대통령은 누가 자기를 두드리나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당장 출사표를 던진 12명의 후보들도 현직 대통령을 두드리는데 남 못지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서로 앞 다투는 것을 보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아무튼 공명하고 정대한 후보가 많이 나와서 국민들이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더욱 발전하게 하고, 번영을 꿈꾸게 하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보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믿음을 줄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BBK사건과 위장 전입 등에 깊숙이 개입된 사람, ‘좋은 대통령 - 나쁜 대통령’ 식으로 흑백론적 감정에 치우치는 사람, 정당인으로서의 신의를 저버리고 기회다 싶으면 제 몫을 챙기려는 사람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시대의 워싱턴이나 바웬샤 같은 분을 만날 수 없을까? 조오지 워싱턴은 미국의 전 국민이 대통령 직을 한 번만이라도 더 맡아 주기를 갈망하였어도 장기집권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더 좋지 않다는 신념으로 3선에 출사하지 않았으며, 역대 대통령들에게 불문율로 지키게 만들었다. 바웬샤는 폴란드의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초대 대통령을 지냈다. 대통령 직을 물러나와 예전에 근무하였던 철강회사로 되돌아갔으며, 전대통령 경호 의전비는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도 지났는데, 정말 깨끗한 분이 나와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노라는 그런 후보는 없을까?

어떤 후보는 참여정부를 비판하면서, ‘지나친 평등주의가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주의 정신을 억압하고 있다.’ 라고 하였다. 그 분 말씀의 요지는, 참여정부가 지나치게 사회적 분배를 내세움으로써 능력껏 고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제 마음대로 떵떵거리며 살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그 후보의 인텔리적 우월의식에 놀랐고, ‘선 성장 후 분배’에 찌든 우리 사회를 탈피하고자 이제야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뻔뻔함에 놀랐다.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평등은 마차의 두 수레바퀴와 같다. 어느 한 쪽이 크고 작아서도 안 되고, 약해서도 안 된다. 자유와 평등은 똑같아야 하며, 양 쪽 다 튼튼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편의대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정치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인간존중을 위한 하나의 정치체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존중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사람다운 사람대접을 해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되실 분은 자유와 평등을 똑같이 튼튼하게 신뢰하며, 민주주의 마차를 힘차게 몰아가는 사람이기를 빈다. 정직하고 깨끗하며, 지성을 바탕으로 정치하고자 하는 분이었으면 싶다. 위와 같은 대통령은 국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점을 국민들 또한 가슴 속 깊이 새기시기를 빌어본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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