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 유감(戊子 有感)
무자 유감(戊子 有感)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1.14 00:00
  • 호수 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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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 림
칼럼위원

쥐띠 해를 맞이하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옛날에는 일력(日曆)이라고 해서 지금같이 한 달이나 두 달을 묶은 월력(月曆)이 아니라 365일 하루하루를 낱장으로 한 묶음을 만든 것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날마다 12지(支)를 가리키는 그림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으니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잔나비, 닭, 개, 돼지(子, 丑. 寅, 卯, 辰, 巳, 午, 未 ,申, 酉, 戌, 亥)였다. 어린 나는 왜 하필 얄미운 쥐가 맨 앞에 있는지 불만이었다.

누군가 그 연유를 동화 같은 얘기로 들려주었다. 어느 날 신(神)께서 경주를 시켰는데 소가 1등을 했다. 그러나 1등을 한 기쁨도 한 순간, 소의 등에 타고 있던 쥐가 훌쩍 뛰어내려 1등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고양이가 들어 있었는데 그만 잠깐 어디 간 사이에 쥐가 끼어 들었다는 설도 있고,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른 것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는 하루 중에서 열두 짐승이 활동하는 시간으로 순서를 정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쥐는 12지 중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해서인지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애교있는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쥐는 영리하고 부지런하니 쥐띠는 돈 많이 벌어 잘 산다든가 다산(多産)을 상징하기 때문에 자손이 번성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풀이들을 하는 모양이다.

한편 생각하면 어린 쥐가 큰 짐승들과 경쟁이 붙었는데 미리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소의 등에 올라탈 생각을 한 것을 보면 "사고의 전환" "창조적 사고" "신사고(新思考)" 등을 일깨우게 한 공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면에 눈감을 수는 없다. 예나 지금이나 쥐로 인한 피해는 헤아릴 수가 없다.

고려문인 이규보(李奎報)는 그의 주서문(呪鼠文)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주방을 뚫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잠을 못 이루게 하고 구들에 구멍을 내어 연기가 새게 하고,  음식뿐만 아니라 의복을 마구 갉아 먹는다고 했다. 도둑이라는 것은 밖에서 들어오기 마련인데 쥐는 집안에 살면서 도둑질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것은 인쥐(人鼠)의 존재다. 음식이나 양식을 남몰래 훔쳐 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국고를 축내는 탐관오리도 이에 속한다. 

또한 "레밍스" 라는 이름의 북극의 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레밍스" 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가  절벽에 이르면 다같이 자살한다는 쥐를 말한다.

누군가 한국사람은 "레밍스"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에겐 이리 우루루 저리 우루루 덩 달아 휩쓸려 다니는 경향이 있다. 어디가 좋다면 안 가 보고는 못 견디는 무비판적인 추종, 남이 하는데 내가 안 할 수 있나 하고 소신없이 따르는 행동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너희는 너희 길을 가라, 나는 이 길을 가련다. 이런 개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해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대한민국 건국의 해 1946년이 바로 무자(戊子)년이었다.

건국 60년을 맞아 우리 각자 창조적 사고의 전환으로 소신껏 나라에 봉사할 때라고 생각한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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