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요원한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전동스쿠터 출입금지
▲ 농협 출입문 앞에 멈춰 서 있는 이영희씨 | ||
부득이한 일로 외출할 일이 생겨도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포기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일을 부탁하고 만다. 장애인들에게 도로나 각 기관·사무실 출입은 히말라야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일이기 때문. 아예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이 흐르다보면 몸만 갇힌 게 아니라 마음까지 갇히게 돼 모든 일에 자신을 잃고 위축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에게 외출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다.
이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어렵사리 농협에 도착해도 미닫이문을 열기가 너무 불편해 자동개폐식문이 설치된 새마을금고로 거래은행을 바꿨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도로사정은 또 어떤가. 보도에서 차도로, 차도에서 보도로 오르내릴 방법이 영 마땅치가 않다. 비장애인들에게 10㎝는 무시해도 좋을 높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온다.
이씨는 격한 음성으로 며칠 전 농협 서천군지부 입구에서 목격한 일을 들려준다.
한 장애인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어찌어찌 농협 입구까지 갔으나 문을 열 수가 없자 궁여지책으로 전동스쿠터 힘으로 문을 열려고 유리문에 스쿠터를 부딪치더라는 것.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며 직원들이 유리가 깨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냐며 나무라는 소리를 듣고 눈물이 흐를 만큼 비참했다고 한다. 반면 전동스쿠터나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도 많다며 감사해한다.
이씨는 “자동문 설치비용이 100만~수백만 원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을 재단장할 때 고객상담실 문처럼 출입문도 자동문으로 바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친다. 또 차도와 보도를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철판으로 간단하게 경사로를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행정당국에게 묻고 싶다고도 했다.
전동스쿠터도 많이 보급돼 군내에도 약 80대가 있고 도시에는 저상버스도 눈에 띈다. 또 ‘장애인 등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씨는 “군수에게 몇 번이나 불편을 이야기하고 조치를 부탁했으나 알았다는 대답 뿐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전시행정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복지행정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