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좀 들어보슈~
내 얘기 좀 들어보슈~
  • 서남옥 기자
  • 승인 2008.01.14 00:00
  • 호수 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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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이영희씨


아직도 요원한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전동스쿠터 출입금지

   
▲ 농협 출입문 앞에 멈춰 서 있는 이영희씨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척수장애인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말인지…” 장애인용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운 이영희씨의 항변이다.

부득이한 일로 외출할 일이 생겨도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포기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일을 부탁하고 만다. 장애인들에게 도로나 각 기관·사무실 출입은 히말라야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일이기 때문. 아예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이 흐르다보면 몸만 갇힌 게 아니라 마음까지 갇히게 돼 모든 일에 자신을 잃고 위축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에게 외출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다.

이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어렵사리 농협에 도착해도 미닫이문을 열기가 너무 불편해 자동개폐식문이 설치된 새마을금고로 거래은행을 바꿨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도로사정은 또 어떤가. 보도에서 차도로, 차도에서 보도로 오르내릴 방법이 영 마땅치가 않다. 비장애인들에게 10㎝는 무시해도 좋을 높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온다.

이씨는 격한 음성으로 며칠 전 농협 서천군지부 입구에서 목격한 일을 들려준다.

한 장애인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어찌어찌 농협 입구까지 갔으나 문을 열 수가 없자 궁여지책으로 전동스쿠터 힘으로 문을 열려고 유리문에 스쿠터를 부딪치더라는 것.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며 직원들이 유리가 깨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냐며 나무라는 소리를 듣고 눈물이 흐를 만큼 비참했다고 한다. 반면 전동스쿠터나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도 많다며 감사해한다.

이씨는 “자동문 설치비용이 100만~수백만 원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을 재단장할 때 고객상담실 문처럼 출입문도 자동문으로 바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친다. 또 차도와 보도를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철판으로 간단하게 경사로를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행정당국에게 묻고 싶다고도 했다.

전동스쿠터도 많이 보급돼 군내에도 약 80대가 있고 도시에는 저상버스도 눈에 띈다. 또 ‘장애인 등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씨는 “군수에게 몇 번이나 불편을 이야기하고 조치를 부탁했으나 알았다는 대답 뿐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전시행정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복지행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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