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
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1.21 00:00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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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규 칼럼위원

아침 날씨가 매섭다. 하긴 겨울날이 이쯤도 춥지 않으랴만, 겨우내 따뜻하다가 조금 추우니 이렇듯 움추러든다.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앞 유리창 성에도 녹일 겸 히터를 넣고 차에 탔다. 옆 의자에 앉자마자 친구가 시트에 열선을 켠다. 이까짓 추위에 뭘 엉덩이까지 걱정을 하냐면서 핀잔을 했다.
차를 구입하고 두 번째 겨울이 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트히터를 켜보지 아니했다. 추운 날씨에 차를 타고 가는 것도 과분한데 시트에 열선까지 켠다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라 평소에 생각했었다.

친구는 사용하라고 달아놓은 기능을 왜 쓰지 않느냐고 반문 하지만 난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길 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워진 것들을 너무 과용 한다. 우리는 지금 모두 분에 넘쳐 있다. 우리는 지금 모두 염치가 없다.

농사에서부터 교육 사생활 정치에 이르기까지 어디 한 군데 분에 넘치지 아니한 곳이 어디 있는가?

농촌은 농촌대로 들판이나 동네 입구에 경운기나 트랙터 등 농기구가 비를 맞으며 썩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농기계 융자금으로 구입해서 쓰다가 약간의 작은 고장도 수리하려 하지 않고 버리고 또 다시 구입해서 쓴다. 농기계 값이 지원되니 부담이 없다. 염치없는 일이다.

교육은 또한 어떤가.
공교육 운운 하는 것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촌놈이 되어 버렸고 어느 학원 어디든지 한 두 곳의 사설 학원을 보내야만 당연히 학생의 축에 끼이는 꼴이 되어가고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을 가야만 되어 있다.  

대학도 못 다 하여 대학원이 보통이 되어 버렸고 그러고도 나와서 할 것이 없단다.
일 할 곳은 많은데 내 몸값에 비해 취직할 곳이 없다. 몸값을 스스로 높여놓고 높은 일자리만 찾는다. 자승자박 이라던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정치는 어떠한가.
어느 여자 분의 말씀 중에 제일 재미없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이고 다음은 축구 이야기이고 그다음은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이며 그다음이 정치이야기라 했는데 ...

정치적 양심이나 자신의 소신은 때와 상황에 따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될성싶은 곳에 달라붙어 별의별 아첨을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어디까지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할까하고 생각한다.

나이살이나 드신 원로 정치인은 이제 철이 드실 만한데도 뜻을 같이했던 옛 당원들을 내동댕이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지난날에 침을 뱉는다.

도심에 작은 냇물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경험으로 이 나라에 운하를 파 강으로 뱃길을 내어 물자를 수송한다는 이야기며 물이 부족하면 지하수를 끌어올려 강물에 부어 배를 띄운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수위원회인지 뭔지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것처럼 무소불위 칼날을 휘두른다.
모두 염치 없는 일이다.
居高思墜 持滿戒溢 (거고사추 지만계일)
높은 곳에 있으면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가득 차면 넘칠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우리 모두 옛 성인에 말씀에 한번쯤 귀를 기울일 일이다. 그리고 가진 것을 모두 쓰려 하지말자.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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