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역세권 상가들
장항역세권 상가들
  • 서남옥 기자
  • 승인 2008.01.28 00:00
  • 호수 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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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은 내놓은 자식인가 장항을 뜨고 싶다”

지난 1일 신장항역으로 역사가 이전되면서 오가는 발길이 뚝 끊긴 장항역세권의 상가들은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으로 주민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세 사람이 앉아 있다가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미 끝난 일,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말문이 터지자 그동안 가슴 속에 쌓였던 말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 장항역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장항역으로 객차가 하루에 몇 번이나마 운행하거나 아예 이전하지 않았어야 했다. 대천에서 신례원까지만 새 노선이고 아직 직선화 공사가 멀었더라. 겨우 서천역에서 군산까지 철도를 깔아 놓고 서둘러 장항역을 이전한 것은 전라도 사람을 의식한 대선용이라고 장항사람들은 생각한다.

- 장항역 이전과 이전 후를 비교해 달라.

= 장항역이 이전하기 전에는 하루 18회, 왕복 36회 기차가 운행됐다. 많지는 않아도 유동인구가 있었고 그런대로 장사가 됐다. 장항역이 이전한 후부터는 낮에도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다. 슈퍼도 문을 닫았고 길 건너 식당도 이달 말 폐업한다. 이나마 단골손님 아니었으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다. 이어서 국립생태원, 해양생물자원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장항읍민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 철새만 쳐다보고 어떻게 사나. 생태원, 자원관이 들어서봤자 장항 경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식구들 데리고 내려 올 줄 아나? 또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도 먹고 쓸 것 바리바리 싸오고 쓰레기만 남기고 간다. 직원 50명이라도 고용하는 작은 공장이나마 유치해 딸린 식구들의 생활이 장항에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장항산단 착공을 주장하며 단식 투쟁까지 했던 나군수의 행동도 가식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말을 잇는다.

= 장항을 뜨고 싶다. 객지에 나갔다가도 돌아와야 할 이 나이에 대전, 안산 등지로 떠날 생각이다. 나 군수는 서면, 비인, 마량, 홍원 쪽만 신경 쓰고 장항은 내 놓은 자식 취급한다. 또 도의원이나 군의원, 장항발전협의회원 등 모든 유지들이 제 잇속이나 챙기고 자기 앞에 큰 감 놓으려 하지 진정으로 장항 사람을 위한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어 장항역 이전은 역세권은 물론 택시업계에도 치명타를 입혔다고 말한다.

= 장항역 이전으로 원거리 손님은 거의 없다. 비싼 가스를 축내며 시내를 돌아다녀봤자 유동인구가 없으니 손님이 없다. 신장항역도 대 여섯 명 타고 내리니 손님이 있을 리 없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시동도 안 켜고 대기하다가 택시호출이 들어오면 순번대로 하루 두세 번 운행한다고 한다. 그러니 하루 수입이 고작 만 삼천원에서 만 오천원이다. 택시 기사들도 죽을 맛이다.

= ‘알아야 면장 하지’란 말처럼 군수건, 군의원이건 우리가 잘 알아보고 뽑았어야 했다. 우리 손으로 뽑아 놓고 이제 와서 누굴 탓할까. 다만 이젠 주민들 속으로 파고들어 장항을 위해 소신껏 일할 사람을 잘 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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