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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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2.04 00:00
  • 호수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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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영
칼럼위원

찬바람이 벌거벗은 나뭇가지를 할퀴고 있습니다.

꽃눈은 털옷 깃을 세우고 오들오들 떱니다. 비늘에 쌓인 잎눈도 목을 잔뜩 움츠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립니다. 나뭇가지는 온몸으로 바람을 막아내며 꽃눈과 잎눈을 지켜줍니다.

가을부터 싹을 틔운 작은 풀포기는 햇빛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오들오들 떠는 손가락은 보랏빛으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어린뿌리는 언 땅을 헤집고 들어가 물을 길어 올려 풀잎에게 힘을 보태줍니다.

개울물은 얼음장 밑에 잠든 진흙탕을 깨우지 않기 위하여 조용조용 흐릅니다. 칼날 같은 얼음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가만가만 흐릅니다. 저마저 얼어버리면 안된다고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기를 쓰고 흐릅니다.

봄에는 생명이 태어나고,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나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그러나 겨울 동안 나뭇가지가 바람과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벚나무도, 개나리도 꽃을 피우지 못할 것입니다. 겨울의 추위가 무섭다고 민들레가 가을에 싹을 틔우지 않는다면 꽃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개울물이 기를 쓰고 흐르지 않는다면 개구리도 두꺼비도 알 낳을 곳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봄은 잠든 만물을 깨워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이 없었다면 벚꽃의 아름다움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노란 민들레꽃도 반갑지 않았을 것이며, 찬 물 속에서 오물거리는 올챙이들도 신기해 보일 리 없을 것입니다.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직장인도, 취업준비생도, 그리고 주부들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농부, 어부, 그리고 사업가도, 너나없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은 더 큰 풍파가 몰아닥치는 바람에 번번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겨울이 닥칠 것을 알면서도 남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위해서 가을에 싹을 틔웠던 별꽃, 냉이, 꽃다지, 봄맞이꽃의 어린 싹들처럼 우리도 지금 있는 힘을 다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고난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디딤돌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은 어느 때보다 더 찬란한 봄을 맞도록 하기 위해 하늘이 준비해놓은 디딤돌인지 모릅니다.

창 밖에 봄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 말입니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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