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교육정책
헷갈리는 교육정책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2.18 00:00
  • 호수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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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 수
칼럼위원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은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고, 학생들은 신학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기이다. 또한, 차기정부가 새로이 5년을 시작하는 매우 중요한 2월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떠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울 때 절차와 방법, 규모나 시기를 꼼꼼히 따져본 다음 실행가능성이 있는가를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심사숙고한 후 결정한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첫째, 초스피드(超 speed)식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둘째, 너무나 광범위한 정책들이 많고 셋째, 과연 임기 5년 동안 실행 가능할지 와 임기 후에도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 매우 염려되는 바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고, 국제화 추세에 걸맞게 영어는 필수과목으로 변화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차기정부가 내놓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현재 영어수업을 중 고등학교에서 수년간 배워도 사회에 나오면 외국인과 대화 한마디 못하는 현실을 확 뜯어고치고, 특히 사교육비를 안 들이고도 공교육만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웬만한 생활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겉포장만 보면 그럴싸한 구상이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흔히 말하는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는 이 나라에서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점이 많이 있다.
필자는 지면관계상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문제점 몇 가지만 논하고자 한다.

첫째, 공교육은 붕괴되어 가는데 왜 사교육시장은 방대해져 가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입시위주의 교육, 학벌위주의 교육, 학생들의 재능(才能)이나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소위 중요시하는 몇 과목만을 중점적으로 입시 코드에 맞추는 주입식교육, 즉 일류대에 더 많이 합격시키기 위한 교육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과목에 편중한 입시위주의 교육을 남보다 앞서가려면 당연히 학원을 보내야 했고, 족집게 과외를 시켜야 했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아예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이 그러하니 공교육은 붕괴되어 갔고, 사교육시장은 점점 방대해졌다.
둘째, 영어만 잘하면 세계 초일류국가, 국민이 될 수 있는가?
물론 국제화 시대에 세계인들과 비즈니스(business)를 하려면 영어가 필요한 것은 필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수만 가지의 직업이 있는데 평생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를 할 필요조차 없는 직업이 더욱 많이 있다.

더더욱 문제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훌륭한 우리의 한글조차 초등학생은 그만두고 공공기관에서도 한글 몇 문장도 제대로 못쓰거나 정확히 이해를 못 하는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우리의 문화의식, 역사의식, 정체성조차 훼손한 채 오르지 영어만을 우선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후세들에게 크나큰 죄를 짓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교육은 오년소계(五年小計)가 아닌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80年대부터 상황에 따라 수없이 많이 바뀌었다. 학생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일선 선생님들조차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으며 코드를 어디에다 맞춰야 할지 감조차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교육은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앞서 교육정책의 일 부문만을 논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의 학생들은 오르지 입시위주의 교육에 자신의 재능조차 박탈당한 채, 국어 시간에 한 편의 시를 읊을 수도 없고, 음악 시간에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들을 수도 없으며, 체육 시간에 마음 놓고 체력단련을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입시에 편중된 몇 과목 이외의 교과목은 이미 공교육에서 뒷전이 된 지 오래되었다.

“공교육이 왜 존재하는가?”
영어로 대화 잘하고, 수학문제 잘 풀고, 오르지 일류대학에 합격하려고 공교육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나라의 장래와 자신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함양해주는 것이 공교육이라 생각된다.

이제 우리나라의 공교육정책도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인기에 편승한 헷갈리는 교육정책이 아닌 진정 나라의 장래를 위한 진지한 고뇌를 한 다음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다보는 근본적인 교육정책을 내놓길 바라며, 우리의 소중한 국어정책은 과연 어떠했는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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