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면의 기부천사 ‘박창임씨’
비인면의 기부천사 ‘박창임씨’
  • 서남옥 기자
  • 승인 2008.02.18 00:00
  • 호수 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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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수록 즐겁고 더 하고 싶다”
8번 대수술 후 봉사에 눈 떠

   
레인메이커(Rain maker)는 글자 그대로 비를 만드는 사람이다. 미국 인디언들의 전설에 등장한다. 인디언들은 가뭄이 들면 모든 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려 은총의 단비를 청한다. 이 때 비를 청하는 주술사가 레인메이커이다.

요즘은 이 말이 유능한 영업사원에서부터 창업자나 자본투자가 또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직·간접으로 도와주는 자선사업가 등 여러 의미로 쓰인다. 비인면의 박창임(61, 성내 2리)씨를 레인메이커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회와 이웃에 대한 기부, 후원, 봉사를 비라고 생각한다면 박씨는 가뭄 끝에 내리는 조용한 이슬비쯤 되지 않을까. 또 기부나 후원금의 많고 적음, 기간의 길고 짧음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종천면 장구리가 고향인 박씨는 부모덕을 타고 난 것도 아니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다. 그 시대의 많은 소녀들처럼 서울에 올라가 남의집살이를 했다. 이때 알게 된 주인집 아들과 그 친구들이 박씨의 평생 후원자가 됐다.

10여 년 전부터 서울에서 노인 무료식사제공, 복지재단 봉사활동 등을 했다.
남몰래 크고 작은 봉사와 기부를 해온 박씨가 비인으로 내려온 것은 “기왕이면 고향에서 기부·후원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하는 비인 보신당약방 언니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박씨는 지난해 말 서천사랑장학회에 500만원을 기탁한데 이어 지난 1일에 또 300만원을 기탁했다. 뿐만 아니라 성내 1,2리 경로당에 방한복과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하고 경로당에 쌀을 구입해 주는 등 남다른 기부활동을 펴왔다. 한사코 사양했으나 영세민으로 책정되는 바람에 매월 받은 생활보조금에 오히려 자신의 돈을 얹어서 이웃과 장애인을 도왔다.

박씨는 10여년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암이 전이돼 유방암, 목, 심장수술 등 8번의 대수술을 겪었다. 이때 대기업의 회장으로 성장한 주인집 아들과 친구들이 박씨를 전적으로 후원했으며 지금도 후원하고 있다.

8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박씨는 그 모든 수술을 이겨내고 일어났다. 이때부터 생명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한다.

“회장님과 친구들도 지금은 사회복지시설 10여 곳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며 회장의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자신의 구두를 10번씩 수선해가며 신는 회장이 박씨를 통해 봉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움직이는 병상’인 박씨, 그러나 물이라도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면 기부할 생각에 즐거워진다는 박씨.
박씨는 주민들의 여가활용과 용돈벌이를 위해 인형에 핀 등을 꼽는 일을 회장으로부터 하청 받아 주민들과 함께 할 계획이었으나 몸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대신 넉넉하지는 않지만 성금이나 쌀 등을 노인정에 기부하고 있다.

“봉사는 중독성과 전염성이 강하고 하면 할수록 더 즐겁고 더 하고 싶다”며 후원받는 돈과 자신의 작은 재산을 보태 단돈 1,000원이라도 남을 위해 쓰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웃 형편을 살펴보고 오가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가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귀신도 모르게 찔러 줘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여”라고 박씨를 평했다.

‘내 자식에게 막대한 달러를 남겨주는 것은 곧 독이나 저주를 남겨주는 것과 같다’는 강철왕 카네기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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