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금의 두 얼굴
부조금의 두 얼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3.03 00:00
  • 호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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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인 식
칼럼위원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결혼이나 장례 등과 같은 경조사를 위해 4조 7300억원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주위의 경조사를 위해 부조금으로 낸 돈은 이보다 3조원 가량이나 많은 7조 6681억원이라고 한다. 한집에서 1년간 약 47만원을 내었다는 계산이다. 아니 독신이나 노인가구 등 1인 가구를 제외하면 액수는 무려 52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부조금은 한달평균 2003년과 2004년이 3만 6천원선, 2005년엔 3만 8천원선, 쌍춘년(雙春年)이라 결혼이 급증했던 2006년은 4만 2367원, 그리고 작년이 4만 3215원에 이르러 4년간 18.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1.6%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도 결혼이나 장례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학과가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웨딩 플래너니 장례 연출가니 하며 기업형태로의 확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모름지기 잠재력 있는 시장임에는 틀림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우리의 아름다운 품앗이 문화가 자칫 변형된 경조문화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네 정서상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으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음을 악용하여 그저 그런 사이인데도 길흉사 통보를 남발하게 된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특히, 업무상의 지위나 관계까지 적용되어 연결된다면 더욱 더 복잡해진다.

동시에 인맥관리를 운운하며 과한 호의를 보이는 것도 문제이다. 조직 내에서도 종종 업무와는 관계없이 윗분들의 경조사만을 과하게 챙기는 인사도 있다. 글쎄, 당장 어려운 집안일을 힘껏 도와준 인사에게 어찌 모질게 다룰 수 있겠는가?  공(公)과 사(私)가 흐트러지기 쉬운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머지않아 10만원권이 등장하고 업무추진비로써 경조사비를 충당하는 일부 나쁜 관행들까지 겹쳐지게 된다면 마치 적금 붓듯이 의무적으로 돈 봉투를 내밀고, 마치 본전이라도 찾아야 하는 듯이 계산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오염될 것이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달갑지 않은 사이라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뚜렷한 명분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참예상을 미끼로 한 의미 없는 통보나 또는 초대(연락)받지 못하는 따돌림 등등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밥값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번져 경조사라는 본질이 왜곡되는 모습도 많다.

왜 그럴까? 허례허식으로만 핑계 삼기에는 너무 많이 발전된 우리의 사회인데도 여전히 부조금에 얽힌 이중성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내가 할 때는 로맨스요, 남이 할 때는 불륜이란 말인가? 줄때는 조금 주고 받을 때는 많이 받아야 하는 경제논리에서인가? 아님 진정 남을 돕고 배려하려는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에서 일까? 또는 빚지고는 못산다는 착한 마음에서일까? 헷갈린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단지 경조문화에서만 그쳤으면 하는 바람은 왠 까닭일까?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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