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봄
내 안에 있는 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3.10 00:00
  • 호수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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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열
칼럼위원

무슨 배짱인지 대지는 거뜬히 봄을 다시 시작한다. 다 죽은 것 같은 이끼 낀 고목에도 새순이 터져 나오고 꽃이 핀다. 그들에게도 소생과 부활에 대한 열망이 있는가.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그뿐인가? 아니다. 우리 안에도 봄은 늘 있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유아기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몸과 감정은 계속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유형성숙(Neoteny)이라 한다.

왜 인간은 나이 들면 맥없이 무력해지는가. 어린아이의 특성을 활용하지 않고 억누르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 살았다면 인간은 지금보다 훨씬 발랄했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특성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부산하게 움직인다. 낙천적이며 놀기를 좋아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모험적이며 배우려 든다. 마음이 열려 있고, 너그러우며, 동정심이 많다. 쉽게 감정을 발산하며 잘 울고 웃는다. 작은 것들에도 감동한다.

이런 어린아이의 특성은 인간이 사회화되면서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하고 너무 빨리 늙는 생활 방식에 익숙해 졌다. 나이 듦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나이를 먹는 것은 재앙이며 죽을 날을 받아논 것이라는 등 사회의 왜곡된 시각이 더욱 인간을 우울하게 만든다.

한때 돋보이던 개성도 나이들면 퇴색하여 역진화, 즉 퇴화하기까지 한다. 일본의 장수촌 오끼나와에서는 나이 쉰 다섯이 되어야 비로서 성인 대접을 받는다고 하는데 나이든 자가 거기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물론, 유형성숙이란 이 학설은 인간이 나이들면 죽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노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안에 있는 어린이다운 특성을 나이에 맞게 잘 활용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자는 데 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3백 번을 웃는데, 어른은 기껏해야 하루에 3번 정도 웃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걸 보면 젊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답이 나온다.

조사에 의하면, 세상 노인들 중에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 안에 어린아이의 특성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마음은 언제나 젊다.

2050년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일본을 앞지른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4~50대는 앞으로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생 후반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지구라는 별에 봄이 오고 있듯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내 안에 있는 봄, 잠자고 있는 어린아이를 깨우자. 나이들면 쓸데없다는 자기 비하적인 말은, 인생 후반기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최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어스름 저녁이 되면 낮에 보이지 않았던 별들이 하늘에 가득하다. 그래서 나이든 자도 살 만한 것 아니겠는가.

요즘 나이든 자들 사이에 이런 숫자가 유행한다.
99 88 234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4)는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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