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행복
어느 노인의 행복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4.21 00:00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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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수 칼럼위원

4월의 화사한 봄바람에 동네 어귀에도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새로운 계절을 알리며 우리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아침저녁 기온은 아직도 서늘함을 느끼지만 한낮 기온은 어느덧 초여름 날씨처럼 이십여 도를 오르내려 젊은이들의 옷차림은 벌써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4월의 햇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도심의 골목길을 누비는 칠순의 노인이 있다.
세월의 풍파가 말해주듯 노인의 얼굴에서는 깊게 파인 주름이 삶의 훈장처럼 배어난다.

이제는 고달픈 삶에 지칠 만도 하건만, 노인은 오늘도 굽은 허리를 손수레에 의지한 채 도심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노인의 표정은 싱그러운 봄꽃처럼 늘 웃음꽃이 피어있다.

이유인즉 노인은 고달픈 삶으로 도심의 골목길을 오르내렸던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버려진 파지를 주워 팔아 행복을 나눠주려고 도심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하니 노인의 얼굴에는 늘 행복의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다.

어느 날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도 불편하신데 힘들지 않으세요, 여쭤보았다.
노인은 검게 그은 얼굴을 밝게 웃으며, 아직은 기운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는 게 아닌가?

아직은 기운이 있으니 감사하다는 노인의 말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칠순의 노인 역시 장애 3급에 정부에서 생활보조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노인이었다.

우리는 간혹 방송에서 평생을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한, 자신을 알리지도 않은 채 익명으로 기부하는가 하면, 자신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남을 돕는 이들을 자주 보았다.

우린 그런 분들께 어찌 아름다운 천사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려운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임을 노인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얼마 전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동안 후보자들이 많이 썼던 언어를 기억한다. 다름 아닌 국민을 받들고, 국민의 머슴으로서 봉사하겠다고 저마다 목청을 높였다.

진정 자신만을 위한 머슴이 아닌, 선거철에 말했던 것처럼 국민을 받들고, 국민의 성실한 머슴으로서 소외된 곳까지 두루 살펴주길 기대해보며······.

오늘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려고 도심의 골목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노인의 밝은 미소가 4월의 싱그러운 꽃향기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되길 바라며 노인의 건강 또한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린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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