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어머니의 신화
무너지는 어머니의 신화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5.13 00:00
  • 호수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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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열
칼럼위원

인간은 누구나 한 어머니의 자녀다.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어머니의 자녀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라 하여, ‘모성’이란 이름의 ‘신화’가 생겨났다. 이 ‘어머니의 신화’의 꼭지점에 있는 여성은 신사임당이다. 새로 나오는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의 초상을 넣기로 했을 때, 많은 여성단체들은 반대했다. 신사임당은 가부장적   조선시대의 가정에 갇혀 자녀의 양육에만 전념했던 질곡의 여성상으로 21세기의 여성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모성이라는 어머니의 신화가 극치를 이루는 시다. 물론 이 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노고는 마땅히 찬사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신화 뒤에는 강력한 남성중심 사회가 자리잡고 있다. 남성들은 자녀 양육과 집안 살림을 여성에게 떠맡기고 가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적인 삶을 누리고 싶었다. 자신들의 삶에 여성들이 끼어드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여성도 역시 어머니인 동시에 밖에서 남성들과 경쟁하며 공적 생활을 하는 것이 버거웠을 것이다. 그저, 어머니로서 만족하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어머니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여성들도 이젠 어머니의 신화에 묶여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성들도 공적인 생활에 여성을 동반자, 경쟁자로 받아들인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어머니의 역할도 변화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예전처럼 몰입하지 않고 자기 삶의 목표를 갖고 싶어한다. 그 대신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찬사도 예전 같지 않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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