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가을의 길목에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9.01 15:52
  • 호수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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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수칼럼위원
한 차례 소낙비가 지나간 높고 푸른 하늘은 가을을 준비하듯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춤을 추며 손짓한다. 무더위에 잠을 설쳤던 여름밤은 어느덧 긴 여정을 떠나려는 듯 저만치 물러나 있고,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사늘한 바람결이 느껴진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농토를 가꾼 농부에게는 황금빛 물든 가을 들녘이 풍성함으로 보답할 것이고, 대학입시와 취업준비를 하느라 무더운 여름밤을 지새우며 구슬땀을 흘린 젊은이들에게는 가을의 푸른 하늘처럼 풍성한 수확의 결실이 기다릴 것이다.

가을은 설레는 계절이다. 코스모스 활짝 핀 농로 길을 가르며 지나가는 낡은 자전거에서는 가을의 여유와 마음의 설렘이 찾아오고, 과실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색색의 열매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가을은 유난히 행사가 많은 계절이다. 각급, 학교에서 가을운동회는 빠질 수 없는 뜻 깊은 행사다. 특히 가을운동회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까지도 함께 참여해 추억을 만들어가는 넉넉한 웃음과 기쁨이 배어 있다. 요즘 높디높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설레는 계절임이 틀림없다.

또한, 얼마 전에 끝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의 영웅 우리의 젊은이들이 수년 동안 고생한 땀의 결실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고, 국민에게는 감동과 환희를 선사하면서 희망찬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제 얼마 후면 우리의 명절 한가윗날이 다가온다. 요즘 주말이면 벌초나 미리 성묘하러 가는 차들로 도로가 붐빈다. 우리는 지금 핵가족 시대에 살다 보니 형제, 가까운 친척도 일 년에 잘 해야 한두 번 명절이나 돼야 만날 수 있고, 아니면 집안에 행사라도 있어야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요즘 자라나는 자녀는 가까운 친척의 얼굴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살다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척도 그러한데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살아가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물론 긴 경기침체의 터널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지쳐 있고 힘들어한다.

한차례 소낙비가 지나간 하늘이 가을을 준비하듯, 우리의 마음도 지난여름 무거웠던 짐은 이제 홀가분히 내려놓고, 그간 안부조차 잊고 지내던 이웃들에게 가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맞이한다면 높고 푸른 하늘처럼 모든 이의 가슴에도 풍성한 가을의 결실이 이루어질 것이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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