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계절에
국화의 계절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10.13 16:15
  • 호수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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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림칼럼위원
알고 보니 지난 7일은 음력으로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이었다. 중양이란 아홉이라는 양수가 겹쳤다는 뜻이다. 아홉이 겹쳤다는 뜻으로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금꽃을 처음 거두어다가 둥근 떡을 구워 놓고 / 상락주(桑落酒)를 새로 걸러 술지개미를 짜냈네 / 붉은 잎 가을 동산에 아담한 모임 이루었으니 / 이 풍류가 억지로 등고(登高)놀이 하는 것보다 낫구나."

중양절을 노래한 시다. 이 시에 나오는 금꽃이란 노란 극화꽃을 말하고 상락주란 중양절에 빚어 마시는 술을 말한다. 동산에 올라 국화꽃 잎으로 화전을 구워 놓고 국화주를 걸러 권커니 잣커니 뜻 맞는 이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즐기니 등고놀이보다 오히려 낫다는 뜻이겠다.

등고란 높은 곳에 올라 술을 마시며 시를 지으며 즐기는 것으로 중양절의 중요한 놀이 중의 하나였다. 등고의 풍속이 생긴 데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옛날 중국 여남 사람 환경이 비장방이라는 은사와 노니는데 하루는 말하기를,

“오는 9월 9일 여남 땅에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니 집안 사람들을 거느리고 산에 오르되, 주머니를 만들어 수유 열매를 넣어 팔에다 매고 국화주를 마시면 이번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오."

하더라나? 이에 환경이 그 말대로 했다가 저녁때 집에 돌아와 보니 닭, 개, 양 등이 모두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비장방에게 전하니 비장방이 말하기를 “그것들은 그대 대신에 죽은 것이오" 하더라는 것이다.

그 뒤 세상 사람들이 9월 9일만 되면 산에 올라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수유를 넣은 주머니를 만들어 차니 이것을 등고라 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신라 때부터 안압지의 임해전이나 월상루에서 군신이 중양절에 연례적으로 모여서 시가를 즐겼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세종 때에 중삼 중구 즉 삼월 삼짇날과 9월 9일을 명절로 공인했고 성종 때에는 추석에 지내던 기로연(耆老宴)을 중구로 바꾸어서 지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도 이 날에 화전과 국화주를 들고 산으로 올라가 하루를 즐겼다고 했는데, 이 때는 마침 단풍철이나 북악산, 남한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등지가 단풍구경 하기에 좋다고 했다.

비단 서울 근교 뿐이겠는가? 전국에 명산이 얼마나 많은가?

산에 오르며 등고와 중양절의 풍습을 일깨우며 이 좋은 철을 보내되,  삼주 이정보의 다음 시조의 뜻을 음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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