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모여 사는 임일청·노영미씨 가족
장항 현대빌라 앞 공터에는 상추, 고추, 가지 등 여러 가지 채소가 아롱이 다롱이 자라고 있다. 이것은 임일청씨(37)의 할아버지(임금록·87)와 아버지(임성웅·63)의 작품으로 아침상을 신선함으로 채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손자들과 종종 자연학습장으로 까지 활용하고 있다. 채소처럼 각각의 맛과 향을 가진 4대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텃밭에 모여 서로를 지켜주며 살아가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가족은 항상 서로를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인 거 같아요."
5년 전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귀향한 임씨와 노영미씨(32) 두 부부는 대가족으로 사는 것이 장점이 많다며 가족 자랑에 침이 마른다.
대가족제도 하면 상하 관계로 권위적인 가정 운영과 가족 성원들 간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남녀를 차별하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통상 말해지고 있다.
그러나 임씨의 4대는 가족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삶의 지혜와 경험을 전수 받고, 아이들은 예절과 가문의 전통을 교육받으며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민주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네 들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분가해서 살아보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요"
집안에서 육아와 가사 일을 돕는 어머니(김길자·61)는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분가를 권유해도 함께 살겠다는 것이 기특하단다.
그러나 직업을 갖고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노씨는 가족 대·소사를 챙기는 일부터 육아, 가사 등 맏며느리로 부족한 것이 많단다.
그래서 웨딩메니저로 일하는 그녀는 부부중심으로 가정을 형성하는 부부들에게 자신이 직접경험한 대가족 제도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그러나 "평생 일만하신 어머니를 너무 믿는 것 같아 부인에 대한 서운함이 있다"는 임씨.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믿고 따라준 부인에게 미안함은 다시금 그를 침묵하게 만든단다.
장항읍사무소 사회계에서 일하면서 임씨는 대가족제의 절실함을 더욱 느낀다. 고령인구가 많은 서천지역은 대부분 자식이 외지에 있어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준다해도 혼자 살면서 제때 끼니를 챙기는 일은 어려우며 병마와 가족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급속한 산업발달로 인해 도시화, 핵가족화로 전환되는 사회변천과 생활환경의 변화는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단다.
"가족은 서로를 따뜻하게 덮어주는 솜이불이다"는 노씨는 자신혼자 편한 것이 편한 것이 아니다며 가화만사성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주영이(7)와 재영이(6)로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임씨의 집은 빌라 앞의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듯 가족 사랑이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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