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우수성 더욱 높여야
한글의 우수성 더욱 높여야
  • 최현옥
  • 승인 2002.10.17 00:00
  • 호수 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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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왜곡 볼 때 마음 아파... 문맹인에게 세상 보는 눈 밝혀 주고파
‘鉉⑨炚②ㅃⓔ壙4ⓤ炚’(당신을 위한 무척 친근한 친구), ‘2pYo’(이뻐요)
최근 인터넷 채팅 2세대 통신은어들은 월드컵 개최 이후 영어, 한자, 일본어 등 외국어와 특수문자를 한글과 접목시키며 일명 외계어로 통한다.
통신언어는 과거 단순히 소리나는 대로 적기, 음절 줄이기, 이어적기, 의도적 단어변형,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하는 기호)등에서 벗어나 빠른 한글 파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새로운 통신 은어들을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번역용 소프트웨어까지 등장하고 있어 더 이상 통신 은어는 우리말과 글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한글 파괴가 심각해지는 시점,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며 지역에서 문맹퇴치를 위해 봉사하는 김형진씨(73·기산면 월기리)를 찾았다.
“시골의 60대 후반 노인들은 배움이 짧아 버스 푯말도 못 읽는 까막눈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한글을 오·남용하는 현 실태를 볼 때마다 답답함이 앞선다는 김씨는 “노인들은 한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데 젊은이들은 보존은 못할망정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며 호통이다.
특히 글을 익히고 배워야 하는 초등학생이 더욱 심각한 실태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39년간의 교직생활이 물거품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문맹퇴치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만학을 하게 되면서다. 농사일을 도우며 20살에 동강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고등학교 입학식 날에 학부모로 오해를 받을 정도였으며 늦은 나이에 대전사범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57년 교직생활을 시작하며 가난으로 학업이 어려웠던 자신을 생각, 자택에서 기산 지역주민 11명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시킨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여러 기관에서 봉사활동 청탁이 들어왔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씨는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정년퇴직을 2년 앞당기며 기산면 월기마을회관, 교회 등지에서 이후직 선생의 도움으로 한글을 가르쳤다. 현재는 월기문화원에서 여름에는 청소년 충·효교실, 겨울에는 문맹인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만학을 이루기 위해 추운 겨울날에도 학교에 나오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문맹인의 한이 느껴진다”는 김씨는 학습이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을 따라주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이 크다는 것.
또 일상에 숨어 살아있는 일본어를 비롯하여 한자어 등을 버리고 순 우리말을 사용하길 강조했다. 언어는 생각과 문화를 담는 그릇인 만큼 오·남용되는 언어의 사용 속에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좋은 성과를 얻은 김씨는 타지역 주민들도 교육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많은 봉사 활동을 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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