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명맥 잇는다
동양화의 명맥 잇는다
  • 최현옥
  • 승인 2002.10.24 00:00
  • 호수 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놀림마다 열정의 꽃, 화폭으로 피어나
“유영옥씨의 가을, 주정향씨의 느낌, 배숙향씨의 코스모스, 정영숙씨의 담 등 전시장에 놓인 작품 한 점 한 점 대할 때마다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몰라요”
동양화 모임 美그림 강사로 봉사 활동하는 정은하씨(장항읍·27)는 막바지 작품 전시회를 앞두고 주부들과 한 달여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꼬마화가 교습소에서 밤샘 작업을 하였지만 지난 11일 장항역에서 전시회 작품을 보았을 때 첫사랑을 만난 듯 했단다.
정씨는 3년전 자신이 처음 美그림 강사를 담당했을 때 막막했으나 전시회장에서 만난 그림을 보고 가슴에서 새싹이 돋아 많은 풍파를 겪으며 자라는 게 느껴졌다.
실력이 느는 주부들은 만학을 도와주는 정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만 정씨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다. 주부들은 늦게 배운 그림공부에 풍덩 빠져 그 열정은 정씨의 채찍이 되고 새로운 기법을 위해 연구하도록 만들기 때문. 그리고 실력파가 되어 가는 주부들이 이젠 자신의 라이벌이 되는 것 같아 부담감이 생긴단다.
정씨와 주부들의 만남은 매주 수요일 10시 장항공공도서관에서 이뤄진다. 정씨가 일주일 전에 과제로 내어준 것들을 수줍게 내놓는 학생들을 보며 집에서 보이지 않게 노력한 손길이 느껴진다.
정씨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제시하기 위해 획기적인 여러 재료들을 도입하여 다양화를 시도, 흥미유발에 힘쓰고 있다. 작년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은 대부분이 추상화 형태를 취하며 재료면 에서 커피, 스티로폼 등 동양화의 무한성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요즘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커지면서 서천을 동양화의 본고장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과거 학창시절 사생대회에 나가 동양화분야에서 인정받던 서천이 그 명맥이 끊기면서 지역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슴 한곳을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을 비롯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추며 외지에서 유혹의 손길도 많았지만 지역의 애착으로 떠나지 못한 정씨.
그녀의 노력이 붓에 먹을 찍어 화선지에 그으면 자연스럽게 배이듯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美그림을 통해 퍼져나가길 바란다. 또 주부 학생들을 통해 자녀들이 동양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지역에 많은 인재가 배출될 것을 기대해 본다.
오늘도 하얀 화선지를 마주 앉은 학생들은 하나의 붓놀림에 가슴이 설레고 강사 정씨는 지역에 동양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학생과 선생님의 조화는 어느새 아름다운 화폭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