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지만…… 그래도 아이들로부터 배웁니다
화가 났지만…… 그래도 아이들로부터 배웁니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7.12 11:53
  • 호수 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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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의 수 /서천고등학교 교사
아침부터 짙은 안개에 빗방울까지 드문드문 떨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차라리 빗줄기라도 굵게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찜통 날씨로 무덥기만 하였습니다. 마침 오늘은 중·고등학생 미술실기대회가 열려, 군내 중·고교 미술교사들은 학생들 인솔과 함께 감독에 심사까지 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해왔기에 행사 끝나서도 학생을 학교까지 인솔해가야 했지만, 작품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점심을 먹여 차비까지 챙겨서 귀가시켜야 했습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학생들 귀가 때 사고라도 당한다면 그 모든 책임이 인솔교사에게 떨어진다는 사실에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학생들로부터 전화를 받고나서야 적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본의 아니게 학생들만 보내야 할 때, 우리 교사들은 보호자를 대신 하는 것이라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아니 보호자를 대신하는 것이어서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반가움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서천관내 미술교사들이기에 실기대회 작품 심사도 무사히 마친 다음, 술 한 잔 기울이며 서로 가르치는 수업내용과 수업방법, 수업기술 등을 정보교환 하고자 하였지요. 그러나 모두들 저녁만 먹고 일어나는 눈치였습니다.

대부분 교사들이 야간 자율학습 지도로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나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의 다른 교사들에게 부탁하여 바꿀 수도 있었지만, 이 역시 나만의 아쉬운 소리여서, 교사들끼리 바꿀 수가 없을 경우 서로 미안한 마음만 남기 때문이었지요. 그렇습니다. 교사들이기에 또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기에, 수업에 대한 정보교환도 반가움의 술 한 잔 기울임도 할 수 없는 팍팍한 시절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문제는 학교에 와서 자습지도 할 때였습니다.
어제의 자습지도 때도 그랬듯이, 학생들 분위기가 엉망이었지요. 하루살이 때문에 못하겠다는 아이들, 서로 장난치는 아이들 등으로 공부하려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학기말고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고 다독였지만 말도 안 되는 핑계와 버릇없는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놀자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10여 분간 책을 덮으라고 하고 설교를 하였지요. 공부하는 목적과 인내심, 그리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정신 집중할 수 있어 학습 성과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녀석은 교사인 내 눈치에도 아랑곳없이 옆 학생을 툭툭치는 것입니다. 오히려 교사인 내 눈치를 살피면서 계속 치는 것입니다. 결국 두 학생을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가르치는 내가 먼저 화를 내서는 안 되겠기에 웃으면서 “왜 그러니?” 하고 묻자, “얘가 먼저 한대 쳤어요” “그래서 그렇게 선생님이 주의를 줘도 계속 치는 것이니?” 했더니, 맞기만 하는 학생이 “제가 20대나 때렸어요” 라는 것입니다. 둘의 대화에 아이들은 모두 웃고 난리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너희 부모님들은 오늘도 내 자식만큼은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실 텐데, 너희들 하는 행동은 유치원생보다 못하지 않느냐” 며 한 녀석의 목덜미를 한대 내리쳤습니다. 엄하게 꾸짖으며 말입니다.

교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하게 변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유도한 것이지만, 맞은 녀석은 적잖이 당황하였고 얼굴색까지 새파랗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생들 역시 선생님이 설마 때리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던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그 뒤로는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두 녀석에게 그런 식으로 공부하려면 당장 때려치라는 훈계로 마무리하면서 자리로 보냈지요. 그 뒤로는 자습이 끝날 때까지 모든 학생들이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끝나기 2분전, 한 번 더 반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훈계를 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정말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했다. 아니 점점 노예화 되고 있다. 누구 하나를 희생양삼아 본보기로 아까처럼 혼내야만 그때부터 조용하게 분위기가 잡히니, 나도 이런 방법을 계속 써야겠다. 하지만 내가 먼저 너희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인격체로 대해주었으니, 너희들만큼은 선생님의 이런 폭력행동 이전에 자습 분위기를 잘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모두들 쥐 죽은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합니다. 끝나는 종소리가 한참 일찍 났음에도 말입니다.

아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순수하고 순박합니다. 전혀 물들지 않았고요. 무더위 날씨 탓인지……  아이들은 아마도 많은 교사들 중 나한테라도 투정부리고 하소연하며 의지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그래도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줄 선생님을 찾아 그렇게 속마음을 보였던 것이지요. 이런 아이들 마음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나이기에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내일부터는 더욱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자습지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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