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하나로 시작된 봉사
“주머니에 단돈 10원짜리 한 장 없어도 봉사는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요?”
우스갯소리지만 본인을 참 가난한 사람이라고 칭한 사랑나눔회 김길자(58·종천면 지석리) 회장이 작지만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자신의 일에 늘 후원을 아끼지 않는 4살 연하 남편 박영철(54)씨와 한때는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는 5남매, 훗날 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친정엄마 조순례(95) 여사. 이 모두는 그녀를 정말 사람답게 살아야한다는 가치를 준 그녀가 행하는 모든 봉사의 이유가 된다.
큰 폭우가 찾아든 후 조금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그녀의 유일한 낙은 이제 봉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는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만큼 삶이 평탄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그녀의 삶은 온전히 평온한 삶은 아니라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는 그녀에게 무와 배추, 고추가 빼곡히 들어선 집 주변 텃밭을 들어서니 아흔이 훨씬 넘은 노모는 잡초제거에 여념이 없다.
그녀의 집에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건 동물이다. 닭부터 시작해 개와 고양이가 모두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앞으로 10년이에요. 물론 그 이상 봉사활동을 하며 노후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지금도 당이 있어 이렇게 마르고 있는데... 어디 얼마나 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무던히도 현실적인 그녀의 발언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자녀들과 함께 시작한 양로원 봉사에서부터 남편을 따라 시작한 로타리 활동도 올해로 16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 늦깎이 대학생으로 서해대학 아동복지학과(주간반)에 재학 중이기도 한 그녀는 인생 최고의 정점은 인간관계로 시작돼 인간관계로 끝이 난다며 그녀 최고의 자산이기도 한 주변 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올해 만들어진 사랑나눔회가 그 대표적인 예로 그간 로타리 외에 특별한 후원활동은 개인적인 봉사가 고작이었지만 이달이면 꼭 7개월째에 접어든 봉사활동은 이제 여성로타리클럽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서천지역 13개 읍·면을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제도권 밖 소외계층을 위주로 한 독거노인 150세대 김장나누기행사가 그랬고 올 초 서천 땅을 밟은 60여세대의 사할린동포 봉사가 그것이다.
매번 봉사를 하면서 혹시 그들이 불편해 하거나 손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봉사도 일개 ‘내세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피곤해도 돈이 생기면 어김없이 봉사할 곳을 찾는다는 그녀는 이제 봉사바이러스서 헤어날 수 없다는 말로 봉사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글쎄요.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못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냥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뭐든지 마음 편하고 즐거워져요(웃음)”
그녀의 즐거운 반란은 이달 (가칭)서천군여성로타리클럽 창립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녀, 10년 이상 건강한 봉사바이러스 전파로 서천군 전체가 더 행복해지길 간절히 정말 간곡히 바란다.